[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제조사 간 경쟁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우려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가격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공급 과잉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반면, 인공지능(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필수재인 HBM의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기존 반도체와 다르게 장기적인 호황을 누릴 것이란 예측도 만만치 않습니다.
HBM4. (사진=SK하이닉스)
내년까지 HBM을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8일 글로벌 반도체 조사 전문 기관 테크인사이츠는 “2026년 하반기로 갈수록 HBM4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HBM 평균 가격이 오를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증권가는 내년부터 HBM 제조사 간 경쟁 과열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7월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고, 가격 하락으로 번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HBM 수요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커지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 우려가 일자, 7세대 그래픽 D램(GDDR7), 고대역폭플래시(HBF)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로 HBM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데이터 운반 통로인 HBM가 점점 더 필요한 것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18일 “SK하이닉스는 HBM4 초기 양산 단계에서 최대 공급업체로서 선두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래 5세대 HBM(HBM3E) 12단까지 기술 우위를 유지하면서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최선단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해왔습니다.
물론 공급이 수요보다 늘어 HBM 가격이 내려가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테크인사이츠는 2027년 이후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로 HBM 시장이 1~2년 정도 둔화됐다가, 2030년부터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HBM이 일반적인 반도체들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BM은 고객으로부터 주문받아 제작한다”며 “기업 간 거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시장 흐름을 예측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금의 AI 시대가 성장기라는 점에서 호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AI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중간에 있는 만큼 기존 반도체 사이클과는 흘러가는 양상이 다르다”며 “AI에 특화된 HBM은 한동안 사이클을 타지 않고, 오히려 엄청난 수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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