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비상임조합장 장기 집권 제한법 탄력
2025-09-22 15:08:21 2025-09-22 16:30:1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농협 개혁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비상임조합장의 장기 집권 제한이 개혁법 핵심 중 하나인데요. 국회에서는 타 상호금융기관과 형평성을 맞추고 막대한 영향력을 제한하는 차원에서 연임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상호금융기관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연임 횟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연임 횟수 제한' 여야 공감대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비상임조합 연임 제한 관련 입법이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한우법과 양곡관리법, 재해지원법 등이 처리된 만큼 국회 계류된 농협개혁법 논의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농협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협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해수위의 한 관계자는 "상호금융기관 관련 법을 개정할 때 기관 간 형평성을 맞추는 문제가 번번이 발목을 잡는다"며 "타 조합의 경우 이미 상임조합장에 대해 모두 연임 제한 규정을 두고 있어 이견을 있을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상호금융기관들을 보면 비상임조합장 연임에 대해 산림조합을 제외하면 수협의 경우 한 차례에 한해,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경우 두 차례에 한해 연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표적인 농협개혁법으로는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이 꼽힙니다. 비상임조합장 연임을 2회까지 제한하고, 조합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접 투표로 일원화하는 내용입니다. 지역농협에 준법감시인을 1명 이상 두고, 농협중앙회 임원추천 및 선정 과정의 의사록 작성 의무화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조합의 친인척 채용 비리,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폐단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가 비상임조합장이 장기간 연임하면서 조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해수위가 내놓은 검토 보고서를 보면 "농협 비상임조합장도 상임조합장과 권한 행사에 있어 차이가 없는 반면, 그에 따른 책임은 적다고 보는 시각들이 존재한다"며 "연임 횟수를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면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농협법 개정에 따른 파급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비상임조합장의 연임 제한이 법 시행 이후 선출되는 조합장부터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당장 올 하반기에 관련 법이 시행되더라도 지난 2023년 3월 동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비상임조합장은 최대 13년 이상 재임이 가능합니다. 
 
농협의 감독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국회에 비상임조합장의 연임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농식품부는 △비상임조합장이 조합 대표권, 직원 임면권 등을 통해 조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 △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타 조합은 비상임조합장의 연임을 일정 횟수로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이른바 '농협개혁법' 논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타 상호금융기관도 연임 제한
 
현재 농협 조합장은 상임조합장과 비상임조합장으로 구분되는데 상임조합장의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이 2회까지 제한되는 반면 비상임조합장은 연임에 제한이 없습니다. 농협법에 따르면 지역농협의 자산총액이 2500억원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비상임조합장으로 전환하고, 전문경영인인 상임이사를 도입해야 합니다. 250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조합장의 상임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직도상으로는 비상임조합장이 임원들의 의사 수렴이나 대외 교류·복지후생 정도를 맡고, 상임이사가 농산물 유통·판매부터 금융사업과 관련한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구분돼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상임조합장도 상임조합장과 마찬가지로 지역조합의 대표권자로서 직원 임면권 행사 등을 통해 조합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상임조합장과 권한 행사에 있어 차이가 없는 데다 연임 제한조차 없어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비상임조합장 10명 중 2명이 4선 이상이고, 최다선 조합장은 10선 이상에 이릅니다. 2선 이상 조합장들이 비상임조합장 제도를 임기 연장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조합장들이 장기 집권하면서 곳곳에서 직장 내 괴롭힘, 횡령, 특혜성 대출 등 각종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농협중앙회에서는 농협 조합의 자율적인 임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임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원활한 조합 운영을 위해 다선 조합장의 풍부한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고 상임조합장에 비해 업무 권한이 적은 비상임조합장에 대해 동일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국회에는 이 밖에도 다른 농협 개혁 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박덕흠 의원이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의 인사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인사추천위원회 운영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농협중앙회장에게 인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은·코드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사업 전담 대표이사·이사·감사위원·조합감사위원장 등을 의결하도록 하고, 회의 심의·의결 내용을 기록한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입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의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 및 지역농축협, 조합공동사업법인(조공법인) 등의 통제 기준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발의했습니다. 조공법인 등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동시에 외부 회계감사를 도입하도록 해 재무 부실을 예방하자는 내용입니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전반적으로 논의된 내용이라 이견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조합장 연임 제한만 있는 게 아니고 다른 개혁안들이 연계돼 있는 만큼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농협 개혁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