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665억→2심 1.38조→대법 파기환송…쟁점은 ‘노태우 기여도’
법원, 상반된 판단…1심·2심의 가른 쟁점은 노태우 300억 기여도
대법, '불법성 절연 불가' 민법 제746조 재확인 …2심 '파기환송'
불법원인급여 적용·처분재산 범위 '재검토 주문'…최태원 기사회생
2025-10-16 15:14:44 2025-10-16 16:51:55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16일 대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반소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반소 위자료 청구 부분에 관한 최 회장의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결국 최 회장의 위자료 20억원만 인정되고, 재산분할은 다시 법원 판결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 공동선언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상고심의 쟁점은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선대회장에 했던 금전 지원을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는지 △최 회장이 혼인 관계 파탄 전에 부부 공동재산 형성·유지와 관련해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 △위자료 산정에 재량 일탈이 있었는지 등이었습니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의 본소 이혼 청구를 기각하고, 노 관장의 반소 이혼 청구를 인용하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명목으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쌍방이 항소해 2심이 진행됐는데, 지난해 5월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명목으로 1조3808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상고를 했고, 이날 대법원이 선고를 한 겁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에게 지원한 금전의 출처가 뇌물이라는 점과 그 금전을 지원하고 이에 대해 함구한 행위의 불법성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를 재산분할에서의 노 관장의 기여로 주장하더라도 그 불법성이 절연되지 않으므로 이를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2심 판결을 뒤집은 겁니다.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회사의 주식을 대부분 특유재산으로 봐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최 회장이 최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인수한 주식이 인수, 합병, 액면분할, 증여, 매각 등을 거쳐 현재 SK주식회사 주식이 된 점 △노 관장이 위와 같은 과정에 관여한 바 없고 SK그룹 경영에 관해 기여한 부분은 없었던 점 △가사노동 등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유자와 별개의 인격체로 존재하는 회사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의 사적인 분쟁에 의해 좌우되고 이해관계인들에게까지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 염려가 있는 점 등을 판단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반면 2심은 최 회장의 재산을 모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그룹 성장의 밑바탕이 됐고,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의 경영활동에 방패막이 역할을 해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습니다. 노 관장 측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갖고 있던 ‘선경(현재 SK) 300억’이라고 적힌 메모와 선경건설의 300억원 어음을 제출하면서 사실인정의 결정적 증거가 된 겁니다. 
 
최 회장 측은 비자금 300억원을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반사회질서 범죄행위로 인한 수익을 노 관장이 찾아가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므로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을 불허하는 민법 제746조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억원의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것 자체가 불법원인급여라고 볼 수는 없고 형사상 어떤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는 않았다고 봤습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제2공학관 서울임팩트 아레나에서 열린 로봇패션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우선 재산분할 청구에서도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청구를 배제한 민법 제746조의 입법 취지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민법 제746조가 불법원인급여를 하면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사법의 기본 이념으로서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이 불법한 원인으로 재산을 지급했다면 어떠한 형식으로도 그 회복을 구할 수 없다는 법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고, 단지 부당이득반환 청구만을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1991년경 최 선대회장에게 300억원가량의 금전을 지원했더라도 그 금전의 출처가 노 전 대통령이 수령한 뇌물로 보이는 이상, 그 금전을 사돈이나 자녀 부부 등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노 관장이 노 전 대통령이 지원한 금전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최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지원한 행위의 불법성이 절연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행위가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재산분할 청구 중 최 회장이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지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혼인 관계가 파탄된 이후 부부 공동생활이나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 및 유지와 관련 없이 적극재산을 처분하면 그 적극재산을 사실심 변론 종결일에 그대로 보유했다고 보고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할 수 있지만, 그 처분이 부부 공동생활이나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 및 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실심 변론 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한 겁니다. 최 회장이 혼인 관계 파탄일 전에 한 재산 처분이 부부 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데 2심이 이를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한 잘못이 있다는 겁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은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민법 제746조의 취지를 재확인하고 재산분할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의 최 회장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는 다시 판단을 받게 됐고 그 액수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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