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세기의 이혼
’이라고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결말에 이르고 있다
.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1조
3808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재산분할액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 그 영향은 심대할 수 있다
.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이 지배구조 리스크에 직면할 공산이 큰 까닭이다
.
만일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할 경우 최 회장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현금을 4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재산분할액 마련을 위해 보유한 상당수 주식의 처분이 불가피하다. 주식담보대출 방안도 있지만 최 회장은 주담대를 일반적인 한도까지 받은 상황으로 여력이 없다.
결국 주식 매각밖에 방안이 없다는 말인데,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 중 덩치가 큰 것은 ㈜SK 주식이다. 최 회장은 ㈜SK 주식 1297만5427주(17.90%)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가치로는 3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단순 계산으로 이를 매각해 재산분할액을 메울 수 있지만, 최 회장이 ㈜SK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점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확보 차원을 고려할 때, 주식 매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SK그룹은 과거 ‘소버린 사태’라는 경영권 탈취 사태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과반(54.9%)인 713만3588주(9.84%)가 주담대로 잡혀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주식 29.4%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시장에선 지분 가치를 약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매각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도 있는 세기의 이혼소송의 핵심 쟁점은, 특유재산,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2심 법원의 경정 사태 등이다. 이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비자금’이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선경 300억’ 메모지와 SK가 발행한 약속어음 사진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 쪽으로 흘러들어 갔고, 해당 자금이 SK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 회장은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비자금 유입을 부인하고 있다.
만일 대법원이 이러한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SK그룹은 ‘비자금’으로 성장한 회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 개인의 가사소송을 넘어 그룹 차원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대통령 재직 당시 조성한 불법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수도 있다. ‘비자금’ 부분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과 더불어 이번 소송의 최초 원인 제공자가 최 회장인 만큼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책임지는 자세도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실추된 명예와 긍지를 회복하기 위해 최 회장이 내놓을 특단의 대책을 기대한다.
배덕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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