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발행→전환가 낮추기→주가 반등’ HLB가 또?!
전환가액 최대로 낮춘 직후 주가 상승…우연이 빈번
5년새 CB·BW 발행만 8회…사모 투자자 웃고 주주는 울고
2025-11-01 06:00:00 2025-11-01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HLB는 매년 대규모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해당 메자닌을 인수하는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와 기관, 또 누군지도 알 수 없는 개인까지 다양하지만 매번 조기 상환받거나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챙깁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기존 주주들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데요. 매번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주력 신약은 내년에도 희망 고문을 안겨줄 전망입니다. 
 
전환가액 최저점 찍으면 주가 오른다?
 
HLB는 지난 16일 기 발행했던 330억원 규모 39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을 기존 5만1963원에서 4만6167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주가 하락에 따른 것으로 전환가액은 주가 변동에 따라 재조정(리픽싱)할 수 있게 설계돼 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이 낮아지는 만큼 이 채권으로 전환 가능한 주식 수 또한 증가하게 됩니다. 39회 CB의 전환가액은 최초 6만5953원이었지만 주가 하락에 계속 하향 조정되면서 현재 전환 가능해진 주식 수는 70만주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현재 전환가액 4만6167원은 이 CB를 발행할 당시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범위로 정한 발행가액의 70%입니다. 주가가 추가 하락해도 이젠 전환가액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6일 전환가액이 최저선으로 조정된 사실을 알린 직후부터 HLB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15일 3만8850원을 기록했던 주가가 16일부터 올라 31일 현재 4만86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리픽싱된 39회 CB의 전환가액을 넘어선 겁니다. 주가가 지금보다 하락하지 않는다면 보유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서 매도, 그 차액만큼을 이익으로 거둘 수 있습니다. 
 
HLB는 CB를 발행하면서 주식 전환 가능일을 채권 발행 1년 후부터로 정했는데요. 39회 CB의 경우 발행일이 지난해 7월16일로 이미 1년이 지나 주식 전환이 가능합니다. 즉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주식 전환 신청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합니다. 
 
이 밖에도 HLB가 최근 5년 사이 발행한 메자닌 채권은 34회부터 41회까지 8종이나 됩니다. 이 중 34~37회는 채권 만기가 경과했고, 38회의 경우 전체 채권액 중 절반 이상을 조기상환해 남은 채권액에 대해서만 권리가 있습니다. 또 올해 발행한 40회와 41회도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아 주식 전환을 신청할 수 없으므로 실제 주식 전환이 가능한 채권은 39회 채권자들로 한정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HLB 입장에선 채권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이들이 하루빨리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길 바랄 텐데요. 이를 위해서라도 주가 상승이 필요합니다. 지금 주가가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HLB가 올해 발행한 40회, 41회 CB도 전환가액이 낮아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때마침 이달 들어 HLB 관련 기사가 증가한 것을 우연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표=뉴스토마토)
 
HLB 메자닌 단골 투자자 누구?
 
HLB는 바이오 신약 개발업체로 간암 1차 치료제인 리보세라닙이 주력 신약입니다. 리보세라닙은 단독으로 간암 치료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캄렐리주맙과 병용했을 때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항서제약이 상용화했는데요. 한국과 미국 등의 판권을 갖고 있는 HLB는 리보세라닙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통해 미 FDA의 신약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문제는 리보세라닙을 개발한지 한참인데 아직도 FDA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측은 효능에 대해 자신하며 통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으나 번번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심사에서는 보완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요구받은 내용을 보완해서 재승인 신청하겠다는 공시 이후 몇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희망고문은 장기화되고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을 것이란 믿음도 약해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도 연구 개발, 운영 등 자금은 계속 투입돼야 합니다. 결국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발행한 채권 보유자들을 엑시트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대목에서 지난해 3월에 발행한 38회 CB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평상시보다 많은 600억원을 조달한 채권이었습니다. 규모가 큰 만큼 CB를 인수한 채권자도 많습니다. 지브라 메즈, 포르가 등 사모펀드에서부터 와이즈얼라이언스, 디앤에스아이홀딩스, 제이에스티나, 에스지투자자문, 제이제이에셋, 니혼슈코리아, 캐피탈웍스인베스트먼트 등 투자기관과 일반 법인 등이 혼재돼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개인 명의로 채권을 인수한 투자자가 32명이나 됩니다. 이 중엔 낯익은 배우 이름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투자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HLB의 CB에 투자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 회사 임직원 등 내부자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해당 채권엔 최소한의 이자가 보장돼 있고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도 주어진 데다, 풋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을 청구하거나 주식 전환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사측에서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서 만기 전에 갚아줄 만큼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2024 HLB 바이오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진양곤 회장. (사진=뉴시스)
 
주식가치 희석, 기존 주주만 피해 
 
38회 CB만 해도 만기일이 2027년 3월로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HLB 계열사들이 나서서 40회 CB를 발행, 인수해 38회 채권을 일부 상환하는 묘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이는 38회 CB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의사결정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서 차익을 낼 수 있고, 그게 안 돼도 채권 조기상환을 청구해 3~4%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인 만큼 사모 발행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반복해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ELS 투자자들이 6개월, 1년 후 조기상환받아 재투자하듯 HLB 사모 채권에 투자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ELS 투자와 다른 점은 CB, BW 발행 및 인수 정보가 소수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당연히 알음알음으로 선택된 이들에게만 정보가 제공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HLB의 CB와 BW 인수 대상자 명단에선 중복해서 나오는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를 앞세웠지만 해당 사모펀드의 최대주주 또는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로 등장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이들은 HLB 외에 HLB의 자회사, 관계사들이 CB, BW를 발행할 때도 나오는 단골손님입니다. 
 
어쨌든 HLB는 이렇게라도 자금을 수혈해 신약 개발과 회사 운영을 이어가 대규모 적자에도 낮은 부채비율 등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일반 주주들은 채권 발행 누적으로 부채와 이자 증가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또 주가가 오를 경우 대기 중인 CB, BW가 신주로 대거 전환돼 주식 수가 증가, 보유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불이익을 숙명처럼 안고 있습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신약의 상품화가 매우 중요한데 아직 기약이 없습니다. 이런 상태로 내년 봄 또다시 ‘미 FDA 승인’이란 희망 고문이 반복될까 우려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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