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판결문 분석)‘이재명 측-김만배 유착’ 인정…‘428억 지분 약속’은 불인정
724쪽 판결문엔 '이재명, '성남시장' 표현 390여차례 언급
법원 "민간업자들, 시장 재선 도와…이재명도 보고 받았다"
이 대통령, 성남시장 공약 이행 위해 '민간업자 요구' 수용?
법원 "이재명, 업자에 직접 뇌물받거나 사업자 지정 안 해"
유동규 '이재명, 대장동 이익 428억 받기로 해' 진술 부정돼
2025-11-05 17:01:44 2025-11-05 17:01:44
[뉴스토마토 강석영·유근윤 기자] ‘대장동 일당’의 1심 판결문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개입했는지에 관한 간접적 판단이 담겼습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 측과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등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반면 이 대통령이 김씨 등으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았거나, 김씨 등을 사업자로 지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달 31일 선고된 김만배씨 등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총 724쪽에 달하는 판결문 전체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등 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단어를 390여차례나 사용했습니다. 이는 곧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내용, 불리한 내용이 판결문에 모두 담겼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일할 당시 대장동 비리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 재판은 다른 재판부가 심리하고 있어서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을 통해 이재명·정진상의 형사 책임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피고인들의 배임 범행에 공모·가담했는지 여부에 관한 설시를 기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했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과 관련된 사실 관계에 대해선 일부 판단이 담겼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지휘한 최종 결재권자였고,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 대장동 비리에 연루된 탓입니다. 
 
법원, 유동규 진술 인정…"민간업자들, 성남시장 재선 자금 제공"
 
이 대통령 측과 김씨 등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가 인정된 점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정황입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이러한 유착관계를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자로 내정됐으며, 공단 확정이익(임대주택 부지 1822억) 방침도 관철시켰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한 2014년 6회 지방선거를 전후로 김씨 등과의 유착관계가 더욱 깊어졌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남욱은 2014년 4~6월쯤 이기성으로부터 수억원(12억5000만원)의 선거자금을 조성해 김만배를 통해 유동규 등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재명의 선거지원 등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2013년 RO(지하혁명조직) 사건 이후 김만배에 대한 이재명·정진상의 시각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진술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민간업자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이재명·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는 유동규로부터 남욱·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이 환지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과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이 이재명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1공단 공원화’ 공약을 위해 민간업자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했다고 인정된 지점도 불리한 사정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재명은 남욱 등 민간업자들 도움으로 위와 같이 공사설립 조례가 통과된 직후인 2013년 4월쯤 유동규에게 '결합개발을 통한 1공단에 공원만 만들면 되니 대장동 개발사업은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말하고, 그 무렵부터 유동규는 남욱에게 '1공단은 수용방식으로 대장동은 환지방식으로 진행하되 너희 민간업자들이 원하는 곳에 공사에서 수용을 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해 공사 설립 후 대장동 개발을 통해 1공단 공원화 사업비만 조달하면 민간업자들의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들어주겠다는 취지로 약속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자들 요구에 따른 사업진행 과정을 '정 전 실장 등', '성남시 수뇌부'에게 중간중간 보고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관건은 '보고'에 이 대통령도 포함될지가 관건입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공단 이사장을 거치지 않고 자신 또는 정 전 실장에게 직접 보고해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포괄적 실무 권한을 부여했다고 봤습니다. 
 
이 대통령 '직접 개입'은 모두 부정돼…변수는 민간업자들 '진술'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황도 판결문에 담겼습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김씨 등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거나, 이들을 사업자로 내정하라고 지시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공영개발을 추진하며 민간업자들의 민영개발 방식이 무산되고, 특히 환지방식이 아니라 수용방식을 결정해 사업 주도권을 공공으로 가져왔다고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근거로 이 대통령이 유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등과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를 몰랐고,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 뒷돈을 받은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재명은 유동규 등이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 내지 접대를 받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바, 피고인 유동규, 정진상 등과 민간업자들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로 형성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이재명은 유동규, 정진상 등으로부터 김만배, 남욱 등 민간업자들이 공사 설립이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보고받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동규, 정진상과 달리 수용방식 결정 무렵까지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이재명이 직접 민간업자들을 사업시행자로 내정했다거나, 이를 지시했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이익 428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유 전 본부장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에게 김씨로부터 대장동 수익의 일부를 받을 것이라고 직접 말한 사실은 없다'는 유 전 본부장 다른 진술을 근거로 "유동규의 진술과 같이 나중에 이재명을 위해 쓸 수 있도록 (김만배로부터) 지분을 받기로 한 것이라고 해도 사실상 이재명이 이를 약속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의 별건 수사가 인정된 점도 이 대통령에게 유리합니다. 검찰은 별건 수사를 통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이 대통령 관련 진술을 받아냈는데,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방식이 공판중심주의에 반한다며 증거능력을 부인했습니다.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가 최근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법정에서 뒤집고 있는 만큼, 항소심에서 대장동 일당의 진술의 증거능력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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