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체율 낮추려 도 넘은 추심 압박
2025-11-14 14:39:28 2025-11-14 16:59:27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 30대 A씨는 결제일 당일 카드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연체 안내도, 이상 거래 점검도 아닌 '오늘이 결제일'이라는 자동 음성 안내 메시지였습니다. A씨는 신용점수도 만점에 가깝고 연체 이력도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연락이 황당했다는 반응입니다. A씨는 "연체를 한 것도 아닌데 결제일까지 전화로 안내하는 경우가 있냐"며 "신용불량자로 취급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언짢다"고 했습니다. 
 
#. 30대 B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결제일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카드사 상담사로부터 "결제일이 6일 남았다"는 안내 전화를 받은 것입니다. 해당 카드사를 7년 넘게 사용하며 한 번도 연체한 적이 없었는데도 이런 연락이 왔습니다. B씨는 "여태 사용하면서 '결제일 안내'를 전화로 받은 적이 없는데 최근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연체 이전에 미리 독촉하는 기분이 든다"고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카드사들이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과도한 추심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연체가 발생하지도 않은 소비자에게 결제일을 전화로 고지하거나 독촉에 가까운 안내를 하는 사례가 늘면서, 소비자 불만도 커지는 양상입니다. 카드사의 이런 행위는 소비자 보호 강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입니다. 
 
카드사 "선제 연락, 리스크 관리 차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보통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으로 결제일을 안내합니다. 일반적으로 결제일 3~4일 전에 결제 금액을 미리 알리고 결제 당일에도 다시 한번 알림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사전 안내를 문자 대신 전화로 받았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비자에게만 전화 안내를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상환 여력이 부족한 고객의 경우 이 통화에서 결제일을 조정하거나 결제 방식을 변경하는 등 도움이 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문자메시지로 안내하지만 결제일 2~3일 전에 결제일을 전화로 안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에도 종종 하루 전에 전화로 안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3~4일 전까지도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전화로 안내하는 것은 카드사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해당 고객들 같은 경우엔 굉장히 드문 사례"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카드사들이 채권 추심을 보통 위탁해서 하고 있어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카드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개인채무자보호법으로 추심이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과도한 빚 독촉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채무자보호법을 시행했습니다. △채무자 보호를 해칠 우려가 있는 채권에 대한 추심 제한 △추심 횟수를 7일 기준 7회로 제한하는 추심총량제 △재난이나 사고 발생 시 일정 기간 추심을 유예하는 추심유예제 △특정 시간대나 수단으로의 추심 연락을 제한하는 추심 연락 유형 제한 권고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보통 결제일 안내를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등 SNS로 보내지만,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화로 안내받고 있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왼쪽부터) 한 카드사의 결제일 사전 안내와 결제일 안내 문자. (사진=핸드폰 캡처)
 
"소비자 보호 취지 어긋나지 않아야" 
 
카드사들의 소비자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결제일 당일 계좌에 잔액이 부족하면 바로 전화를 걸고, 연체 하루 만에 전화하는 경우도 있으며, 한도를 갑작스럽게 축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카드사들의 연체율 관리 전략은 일정 부분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업 카드사들이 지난 상반기 10년 만에 연체율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삼성카드(029780) 연체율은 지난 3분기 0.93%로, 전 분기(0.98%) 대비 0.05%p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 0.13%p, KB국민카드 0.19%p, 현대카드 0.05%p, 하나카드 0.17%p, 우리카드 0.03%p씩 각각 연체율이 하락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 카드사들도 연체율 관리에 힘쓰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연체율, 부실채권 등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어 맞춰 나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어 상황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소비자 보호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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