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하나카드와 노동조합의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약 100일째 진척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노조가 청라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쟁의행위 검토에 나섰습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추가적인 집단행동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4월 총파업 예고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종우 하나카드 노조위원장과 상근간부들은 전날부터 본사 15층 대표이사실 앞에서 철야 노숙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지난해 12월8일 시작된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3개월 넘게 팽팽한 의견 대립을 이어가자 노조가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성과급 300%와 약 3%대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카드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 속에서도 하나카드가 비교적 선방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나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21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이 두 자릿수 실적 감소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사측은 업황 악화를 이유로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구체적인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1·2·3차 쟁의조정을 신청했지만 사측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의 추가 조정회의 권고를 수용해 3차 조정까지 최대한 교섭에 임했다"면서 "그러나 사측이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아 지노위 조정이 모두 결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노조가 제시한 요구를 사측이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며 "임단협이 결렬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투쟁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습니다. 업무용 PC와 의자에 투쟁 깃발과 투쟁 띠를 부착하고 전 분회에 투쟁 현수막을 게시했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는 잔업과 야근을 전면 거부하고 있습니다.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한 단체행동과 정시 출퇴근, 각종 회의 참석 거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오는 24일 열리는
하나금융지주(086790) 주주총회 당일 부분 파업도 예고했습니다. 전국 분회장과 대의원, 상임위원을 전원 소집하고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와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노조 등과 연대해 약 100여명의 인원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4월 총파업까지 강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카드사 노사 갈등에 정부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카드수수료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업황이 악화했고 이 구조가 임단협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카드사들은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서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단종된 카드 상품이 525종에 달합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카드 본업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낮추면서 매년 카드사 임단협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카드 노동조합 위원장 및 상근간부는 지난 11일부터 대표이사실 앞에서 철야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사진=하나카드 노조)
사업장 이전도 쟁의 대상
하나카드 노조는 임단협이 마무리되면 청라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 투쟁에 나설 예정입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22년부터 본사의 청라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청라 신사옥에는 지주·은행·증권·카드·생명보험·손해보험 등 주요 계열사 직원 약 2800명이 근무할 계획입니다. 이 가운데 전 직원이 모두 이전하는 계열사는 하나카드가 유일해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이 큰 상황입니다.
노조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에 따라 청라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골자로 합니다.
특히 노동쟁의 대상 확대는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넓힌 조항으로 평가됩니다. 그동안 임금과 노동시간 등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만 쟁의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 이전, 정리해고, 구조조정, 합병·매각 과정 등도 교섭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나카드 청라 이전 역시 사업장 이전에 해당할 수 있어 쟁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나카드 노조는 노무사에게 청라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쟁의행위가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했고 해당 노무사는 현행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관련 법령과 해석이 정리되는 대로 쟁의행위 여부를 적극 검토할 방침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청라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먼저 살펴본 뒤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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