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올리고 있습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정부의 경기 부양 조치에 따른 내수 회복세와 글로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세 등을 긍정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반 토막 난 경제성장률과 비교하면 얼어붙었던 경기에 화색이 돌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성장률 반등 이면에는 불안 요소도 엿보입니다. 올해 우리 경제는 1분기 역성장 이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2분기,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반등 신호를 보냈습니다. 1·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가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주로 이끈 것이 소비쿠폰 등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였기에 불안한 회복세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더불어 수출 역시 수퍼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에 의존한 구조였기에 미국의 관세정책 여파에도 큰 타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내년 수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변동성을 가진 반도체산업의 업황이 꺾이면 국내 수출도 휘청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경제성장률의 불안한 반등을 바라보는 우려도 여기에 있습니다.
ADB도 올렸다…한국 성장률 올해 0.9%·내년 1.7% 전망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0일 '2025년 12월 아시아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내년은 1.7%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9월 전망과 비교하면 각각 0.1%포인트씩 끌어올렸습니다. ADB는 매년 4월 연간 전망을 한 뒤 7월 보충 전망을, 9월 수정 전망을 발표합니다. 이후 필요한 경우 12월에 추가로 보충 전망을 내놓습니다.
AD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한국은행의 1.0%보다는 낮고, 국제통화기금(IMF)·한국개발연구원(KDI)·정부와 같습니다. 내년 전망치는 OECD(2.1%), 한은·KDI·IMF·정부(1.8%)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기관별로 편차만 조금 있을 뿐,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습니다.
주요 기관들이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배경은 비교적 비슷합니다. ADB는 이날 "이재명정부의 경기 부양 조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있었고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견조했다"며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도 줄었다"며 성장률 상향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앞서 OECD도 한국 경제에 대해 "소비쿠폰 등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 실질임금 상승으로 민간 소비가 회복되는 가운데 수출이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평가했고, IMF도 "한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에 진입했으며 내년에는 보다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완화적인 통화·재정정책과 선거 이후 개선된 소비심리 등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성장률 불안한 반등…이면엔 불안 요소 상존
그러나 한국 경제의 견조한 회복세 이면에는 불안 요소도 있습니다. 주요 기관들이 모두 성장률 전망치 상향 배경으로 꼽은 내수 회복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밀어올린 회복세입니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45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돈을 풀어 소비심리를 끌어올린 것입니다. 올해 3분기 민간 소비는 전 분기 대비 1.3% 증가하면서 2022년 3분기(1.3%)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소비쿠폰 덕에 음식점·의료 등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 컸습니다.
실제 3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내수와 순수출(수출-수입)이 각각 1.2%포인트, 0.1%포인트로 집계됐는데, 내수 기여도가 확연히 높다는 게 특징입니다. 성장을 주로 이끈 것이 소비쿠폰 효과 등으로 인한 내수인 것인데, 문제는 소비쿠폰과 같은 일회성 재정 지출이 일시적으로 성장률 수치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민간투자나 생산 확대 등 실질적 성장 기반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수출도 불안 요소가 상존합니다. 3분기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의 호조로 2.1% 증가했는데, 전체 증가분 대부분을 반도체가 이끌었습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서버·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초호황을 맞아 지난달까지 누적 수출이 1526억달러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반면 비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4876억달러로 1.5% 줄었습니다.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선박·바이오헬스·컴퓨터를 제외한 10개 품목이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는데, 특정 품목에 집중된 구조가 뚜렷했습니다.
반도체는 글로벌 IT 사이클과 AI 투자 흐름에 따라 수요와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산업이어서 업황이 한 번 꺾이면 수출은 물론, 성장률 등 주요 지표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내년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고 세계 무역 시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은 올해보다 수출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도체에 의존한 수출 구조가 타격을 받을 시 국내 경제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 갈등, 미국의 품목 관세 인상 및 확대 가능성 등이 내년에도 국내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반도체산업에 대한 의존성이 많이 강화된 데 반해 다른 주력 산업은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어, 내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봐도 우려 요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점에 붙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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