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정치권과 통일교의 유착이 게이트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현재 야권을 중심으로 통일교 특검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시간이 갈수록 ‘특검 딜레마’에 더 깊이 빠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특검을 수용 시 여권 전반 수사 확대, 거부 시엔 방탄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리로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그동안 특검을 잇달아 추진해왔다는 점을 들어,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 여전히 신중론…"국수본 수사 먼저"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일교 의혹 관련해 "민주당은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이 투명하게 밝혀지길 기대하고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인사의 혐의가 조금이라도 밝혀진다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대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단호한 조치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수석대변인은 통일교 특검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야당의 특검 수사 요구는 판을 키우려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근거가 부족해 보이는 상태에서 무차별 특검 요구는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에서 미진했던 수사 보완과 핵심 의혹의 규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3대 특검이 종료되는 12월28일 이후 즉시 2차 종합특검을 출범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2차 종합특검 추진 국면에서 통일교 의혹을 제외할 경우, 선택적 특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을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제도적으로 입증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법개혁에 앞서 이번 종합특검을 사실상 '마지막 특검'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오는 25일 이전 본회의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2차 종합특검법이 상정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다만 통일교 의혹을 제외한 채 종합특검만 추진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번 통일교 게이트 의혹에 다수의 여권 인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김건희 특검이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미래통합당 출신 전직 의원 등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건넸다"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정치인 5명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김규환 전 의원입니다. 이 중 '금품 수수' 의혹이 적시된 정치인은 정 장관과 나 의원을 제외한 3명입니다.
해당 진술을 계기로 통일교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민주당은 야권이 제안한 특검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특검이 본격화되면 여권 전반으로까지 수사가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선 통일교 특검 추진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론을 유지하자는 입장입니다.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배숙(가운데)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특위 위원장, 곽규택(왼쪽) 법률자문위원장, 김기윤 법률자문위 부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관련 민중기 특별검사 및 수사팀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및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을 정치자금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힘 "정교유착 상징…수사 필요"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특검을 통해서 밝히는 것도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서 뭔가 발표가 있고 그래서 민주당이 여기에 연루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특검이라는 게 사실은 국민적 요구와 사실관계 확인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건이 형성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윤석열정부의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특검'을 추진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에 통일교 특검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통일교 유착 의혹은 김건희 특검 수사 과정에서 알려졌습니다.
특검은 수사 기간 통일교 측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건희씨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아울러 통일교 신도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사실도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이를 두고 특검 수사 추진을 일종의 ‘물타기’ 시도로 해석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야권에선 연일 통일교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 거부 명분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통일교 특검 도입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며 "권력 앞에 멈춰 선 수사와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정의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통일교 의혹은) 정교유착의 상징이 될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절연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엄청난 게이트 의혹에 대해 정권의 위력과 무관하게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