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여천NCC가 원료 공급 재계약에 합의한 데 이어, 일시 가동 중단을 멈춘 3공장(연 47만t)보다 생산능력이 두 배 가까이 큰 1·2공장(연 90만~91.5만t) 중 한 곳의 폐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 목표 달성을 위해 여수 지역이 더 큰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달 말까지로 제시된 사업 재편안 제출 기한이 임박한 가운데, 대산에 이어 여수까지 구조조정이 사실상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울산은 여전히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입니다.
여수산업단지 DL케미칼 공장. (사진=-DL케미칼)
15일 DL케미칼은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재편 목표 달성을 지원하고 여천NCC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3공장이 아닌 연 90만t 규모의 1·2공장 중 셧다운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천NCC가 에틸렌 크래커 감축을 결정했다면, 이에 맞춰 주주사의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생산시설 감축에 따른 잉여 인력 문제와 관련해, 여천NCC 내부 재배치 등을 우선 추진한 뒤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최대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은 “DL케미칼은 여천NCC의 주주로서 원가 보전은 물론 비즈니스 재편, 고용, 재무까지 함께 책임지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업계와 지역사회, 채권단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로써 정부가 지난 8월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제시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작업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정부는 연말까지 국내 10개 나프타분해시설(NCC)의 연간 생산능력 1470만t 가운데 17~25%(270만~370만t)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지한 채, 주요 기업들에 이번 주 안으로 구조조정 윤곽을 제시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미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감축에 들어간 롯데케미칼은 여수에서도 추가 생산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천NCC에서 폐쇄되는 1개 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2개 공장과 여수 롯데케미칼 공장(123만t)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사진=에쓰오일)
LG화학과 GS칼텍스 역시 외부 컨설팅을 통해 일부 설비 감축을 포함한 구조 개편안을 마련 중이며, 이번주 산업통상부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GS칼텍스는 여수에 단일 공장을 운영 중인 만큼, 1·2공장을 보유한 LG화학이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설비 노후도가 높은 LG화학 1공장(120만t)이 유력한 감축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이 외부 컨설팅을 통해 사업 재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셧다운 대상과 감축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석유화학 10개사와의 간담회 당시, 정부가 제시한 전체 감축 물량에는 에쓰오일의 신규 설비 가동으로 발생할 미래 생산량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에쓰오일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석화업계 구조개편,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 정책토론회에도 참석해 전기요금·가스요금 감면과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에쓰오일이 실질적인 감축안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구조조정 국면에서 끝까지 빠질 경우 업계 전체의 고통 분담을 외면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 역시 이번주 에쓰오일 최고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구조 개편 참여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분명히 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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