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우위' 캐피탈의 렌트카 확장, 사모펀드 견제냐 중기 죽이기냐
2025-12-18 15:56:27 2025-12-18 17:18:46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당국이 캐피탈 업권의 자동차 렌탈 취급 한도 제한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렌터카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조달금리 경쟁력을 앞세운 캐피탈사의 러시는 업계 판도를 흔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초대형 렌터카 업체의 대주주인 외국계 사모펀드 견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중소 렌터카의 생존을 위협할 전망입니다. 
 
캐피탈 "신사업 기대" vs 렌터카 "생존 위협"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열린 여신전문금융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캐피탈사의 통신판매업 허용과 렌탈 취급 한도 완화 등 규제 개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캐피탈사는 부수 업무로 분류되는 렌탈 자산 규모가 본업인 리스 자산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제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이에 리스 취급 규모가 작은 캐피탈사는 렌탈 사업 확대에도 구조적 제약을 받아왔습니다. 향후 금융당국이 렌탈 취급 한도를 완화할 경우, 캐피탈 업권는 월 렌탈과 정기구독형 서비스, 친환경차 특화 금융상품 등 차금융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신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캐피탈사는 자동차·기계·설비 등을 할부·리스 방식으로 공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로, 렌터카 업체 대비 자금조달 측면에서 경쟁력이 큽니다. 여신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영업하는 중소 렌터카 사업자와 달리 캐피탈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 비용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렌탈 사업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금리 상승과 건전성 규제 강화, 이종산업 진입장벽 등 복합적인 압력 속에서 신사업 확장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았던 캐피탈 업권이 차금융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 반등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나오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렌터카 업계 반발은 거셉니다. 전국렌터카연합회는 지난 8일 금융당국의 여신전문금융사의 자동차 렌탈 취급 한도 규제 완화 검토에 대해 "중소 렌터카 사업자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시장을 대형 금융사 중심으로 재편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자본력을 앞세운 여전사의 시장 진입이 중소업체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논의를 중단해달라며 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형 렌터카·카셰어링 독주에 캐피탈까지
 
최근 수년간 국내 렌터카 시장의 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초대형 렌터카 업체들의 시장 잠식이 뚜렷합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와 여신금융업권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시장점유율은 롯데렌탈이 24.3%로 1위를 기록했고, SK네트웍스 12%, AJ렌터카 9.8%가 뒤이었습니다. KT렌탈을 인수한 이후 선두를 유지해온 롯데렌탈 밑으로 SK네트웍스가 AJ렌터카 인수를 통해 바짝 추격하는 구도이며, 상위 3개사의 합산 점유율은 46.1%에 달합니다.
 
여신사들도 초대형 렌터카 업체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전국렌터카연합회에 따르면 여신사가 렌터카 사업에 본격 진출한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전체 등록 대수는 55만대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반면 500대 미만을 보유한 중소형 렌터카는 전체의 약 95%를 차지하지만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전체의 10.4%에 불과합니다.
 
대형 렌터카사들이 대규모 차량 구매와 전국 단위 영업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장기렌터카 반납 차량을 단기 렌터카로 전환해 운용 효율성까지 높인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쏘카를 중심으로 한 카셰어링 업체들까지 빠르게 외연을 넓히며 경쟁은 한층 격화되고 있습니다. 카셰어링 시장에서는 1위 쏘카가 88.4%, 그린카(G카)가 11.0%로 합산 99.4%의 점유율로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롯데렌탈은 쏘카 전체 주식의 34.6%, G카 주식의 84.7% 를 보유하고 있어 카셰어링 시장에서도 막대한 지배력을 자랑합니다.
 
전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중소 렌터카 업체들은 대기업과 플랫폼, 카셰어링 업체들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소 렌터카 압박 심화…정부 역할 필요"
 
렌터카 업계와 캐피탈 업계 간 대립각은 심화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렌터카 업계는 "고위험·고금리 여신 상품과 고단가 자동차 금융이 거대 금융사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쉽게 결합 판매되면,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소비자의 부채를 빠르게 증가시킬 것"이라며 청년층 카푸어 양산과 가계부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현재 여신사의 렌탈 서비스가 부수 업무 형태로 운영되면서 금융업 대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렌터카 업계는 "이로 인해 과도한 위약금 부과, 불완전판매, 자사 금융상품 유인 등 기존 금융권에서 반복돼온 문제가 렌터카 시장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캐피탈 업권은 규제 완화가 오히려 초대형 렌터카사의 시장 독점을 견제하고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렌탈 요금 인하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사는 국토교통부뿐 아니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이중 관리·감독을 받는 만큼 정보보호, 내부통제, 채권추심, 민원 관리 등에서 엄격한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외국계 자본 견제라는 국익적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대주주로 알려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 등 외국계 자본이 렌터카 사업의 세제 혜택과 성장 과실을 상당 부분 가져가는 현 구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어피너티는 지난해 8월 SK렌터카의 지분 100%를 8200억원에 인수한 데에 이어 올해 롯데렌탈을 1조5728억원에 지분 56.2%를 인수키로 했습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사업 시 부여되는 다양한 세제 혜택과 빠르게 성장 중인 국내 자동차 임대 시장 수익의 대부분이 외국계 자본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이는 심각한 국부 유출에 해당하며, 국내 자동차 금융 시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외국계 자본을 견제하는 기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장 환경이 중소 렌터카 업체에 더욱 가혹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소형 렌터카 업체들은 이미 초대형 렌터카에 밀려난 상황에서 캐피탈 업권까지 진입하면 경쟁 압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마련하지 않으면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 기준과 방식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습니다.
 
렌터카 업계에서도 금융당국과 규제 개선 관련 현업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거나, 규제 완화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주공항 인근 렌터카 보관소에 대여를 대기 중인 차량들이 서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