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한때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절벽 장기화와 규제 강화, 자격증 과잉 배출 문제가 겹치며 공인중개사 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거래 침체 직격탄, 중개업소 감소 가속
1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말 기준 부동산서비스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서비스산업 사업체 수는 28만2167개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습니다. 이 중 공인중개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10만7448개로 1년 새 5.8% 줄어 조사 대상 업종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인중개서비스업체와 종사자 수가 많이 줄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부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으로 매수·매도 모두 관망세가 이어지며 부동산 거래량은 크게 위축된 상황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중개업소 밀집 지역. (사진=송정은 기자)
무엇보다 2022년경 정점을 찍은 전세사기 사태 이후 중개업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사고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중개 책임이 강화되면서 보험료 부담과 행정 책임이 늘었고, 이는 영세 중개업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종사자 감소세도 뚜렷합니다. 지난해 부동산서비스산업 전체 종사자 수는 77만9488명으로 전년 대비 2만2735명 줄었고, 이 가운데 공인중개서비스업 종사자는 1만1053명 감소했습니다. 단일 업종 기준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 비중이 90%에 육박해 신규 인력 유입이 크게 둔화된 모습입니다.
실제 거래 현장에서는 폐업이 개업을 웃도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전국 공인중개사무소 개업이 871건으로 폐업(852건)보다 많았지만, 2월부터는 개업이 폐업을 밑도는 흐름으로 전환돼 10월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중개업계 환경 악화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첫째로 꼽힙니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지난 4월23일 취임 간담회에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전세 사기 이후 규제가 강화되며 개업 공인중개사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며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폐업은 늘고, 신규 개업 시장은 위축되는 흐름”이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자격사는 넘치고, 일할 자리는 없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자격증 과잉 배출도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김종호 회장은 “과거 고용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대량 배출되면서 공급 과잉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자는 50만명을 넘어섰지만, 실제 개업률은 약 25% 수준에 불과하다. 자격 취득 후 수년이 지나 개업하는 사례도 많아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기 수요까지 겹치며 폐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중개업소. (사진=송정은 기자)
공인중개사협회 등 중개사 업계는 자격사 수급 조절과 전문성 강화 교육, 중개 영역 다각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단순 중개를 넘어 컨설팅과 자산관리 등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과 함께 업계의 체질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