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서학개미 눈물로 쌓은 수수료 탑
2025-12-19 15:26:58 2025-12-19 15:35:49
최근 몇 년간 주변에는 미국 주요 기업 투자자가 즐비했다. 마치 해외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재테크와 자산 형성에서 뒤처지고, 관심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TSLA(테슬라 종목명), NVDA(엔비디아) 투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대세 투자처였다. 이는 특정 세대만의 트렌드도 아니었다. 지난달 <뉴스토마토>가 주식투자를 하는 20대 2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 가운데 17명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투자를 하는 20대 대부분이 국내보다 미국 주식이 자산 증식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서학 개미를 잡으려는 증권사들의 마케팅도 유례없이 치열했다. '엔비디아 5% 오르면 214% 수익', '메타가 3% 오르면 191% 수익'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유도하며 과당 광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과 젊은 모델을 기용해 수수료 무료나 현금 지급 이벤트를 쏟아냈지만, 정작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의 질은 뒷전이었다. 현지 기업 탐방은커녕 인공지능(AI)이 요약한 정보나 국내 애널리스트의 한정적인 분석 리포트가 대다수였으며, 이는 국내 유망 기업에 대한 분석 비중마저 앞질렀다. 자본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증권사들이 기업금융(IB)이라는 본연의 업무보다 해외주식 중개수수료에만 의존해 몸집을 불린 셈이다.
 
증권사는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올해 11월까지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2조원에 육박한다. 2023년까지만 해도 6000억원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조를 넘기면서 해외주식 수수료는 증권사의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이 됐다. 개인 대상 환전 수수료 수익도 같은 기간 45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개인 투자 성적은 저조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 가운데 절반(49.3%)에 가까운 비율이 손실계좌였으며 계좌당 이익도 5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42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해외 파생상품의 경우는 더하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개인은 지속적으로 대규모 손실을 면치 못했다.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투자손실은 3000~4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에 소홀한 증권사에 경고를 보냈다. 국내 유망 기업에 자본을 공급해야 할 증권사가 오히려 국내 자본을 해외로 유출시키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지금과 같은 고환율 상황에서 환차손 위험까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증권사가 단기적인 수수료 수익에 매몰돼 해외투자를 맹목적으로 부추기는 것은, 자본시장의 선순환을 돕는 '금융의 가교'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와 다름 없다. 이제는 현란한 마케팅 대신 국내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자본시장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투자자의 손실 위에 쌓은 이익은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이보라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