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영 기업은행장, 노조 반대에 첫 출근부터 막혀
노조, 출근길 막고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하라" 요구
2026-01-23 14:51:41 2026-01-23 14:52:20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장민영 기업은행장이 출근 첫날부터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로 인해 은행 본점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내부 출신 행장임에도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장 행장으로서는 막중한 과제를 끌어안게 됐습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 행장은 이날 오전 8시 50분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했습니다. 기업은행 노조가 대치한 끝에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노조는 이날 8시를 전후해 본점 1층 로비와 후문 일대에서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IBK기업은행 노조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 출근하는 장민영 신임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현장에는 기업은행 노조와 금융노조 관계자 등 90여명이 모였습니다. 조합원들은 "빈손 행장 출근 저지", "행장 선임 철회",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오라"는 구호를 외치며 장 행장의 출근을 막았습니다. 
 
장 행장은 본점 후문 앞에서 노조 지도부와 약 10여 분간 대화를 시도했는데요.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과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장 행장에게 총액인건비제 문제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해결 방안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행할 대안 없이는 출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장 행장은 "임직원들의 소망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노사가 협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노조는 해당 발언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며 출근 저지를 해제하지 않았고 결국 장 행장은 현장을 떠나면서 이날 예정됐던 취임식 역시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노조는 행장 임명 제청 이후부터 문제 제기를 강하게 이어왔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장 행장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발표하자 기업은행 노조는 즉각 긴급 성명서를 내고 선임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노조가 총액인건비제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장민영 신임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막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 행장은 현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사진=이지유 기자)
 
노조는 성명에서 장 행장에 대해 "경력 대부분이 기업은행 내부에 국한된 관리형 후보"라고 규정하며 "금융위원회와 맞서고 국회를 설득해 기업은행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가 가장 크게 문제 삼는 사안은 '총액인건비제도'입니다.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정부가 정한 인건비 총액 규제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시간외근로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못하고 보상휴가 형태로 대체해왔습니다. 그러나 업무량 증가로 인해 보상휴가를 소진하지 못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사실상 임금체불이 발생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직원 1인당 사용하지 못한 보상휴가가 평균 35일에 달했으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600만원 수준입니다. 전체 규모는 약 7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노조는 이를 '구조적 체불임금'으로 규정하고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법을 위반하면서 운영하도록 정부가 강요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정책실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후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나 예산 조정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노조는 정부의 후속 조치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신임 행장이 취임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행장이 금융위에, 금융위는 다시 청와대에 책임을 미루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대통령 지시사항을 관철할 실질적 권한과 의지가 없는 행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노조가 총액인건비제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의 출근을 막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 행장은 현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사진=이지유 기자)
  
기업은행 노조는 문제 해결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노조는 이미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으며 이달 말 총파업도 준비 중입니다. 노조는 총액인건비제 개선 외에도 체불된 시간 외 수당 지급, 특별성과급 지급, 예산·인력 자율성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 행장은 현장을 떠나기 전 취재진과 만나 "노동조합이 제기하는 문제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노사가 협심해 최대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의지 표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측은 "새로 예정된 취임식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현재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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