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SUV 장점만 모아 돌아왔다…르노코리아, CUV ‘필랑트’
(시승기)‘오로라 프로젝트’ 두 번째 모델
단단하게 버티면서도 거칠지 않은 느낌
스크린 3개·AI음성 어시스턴트 등 ‘눈길’
테크노 4331만원· 알핀 트림 5218만원
2026-03-07 08:00:00 2026-03-07 08:00:00
[경주=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Renault is Back(르노가 돌아왔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이 지난 4일 열린 필랑트 시승 행사에서 던진 한마디입니다. 단순한 신차 출시를 알리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르노 본사의 감성과 최신 기술을 집약한 ‘진정한 르노’의 신차를 한국 시장에 본격 선보이며 재도약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지난 4일 경주 한 카페에 주차돼 있는 르노코리아 '필랑트'(사진=표진수기자)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랑콜레오스가 지난해 선전했지만 신차 효과가 서서히 빠지는 시점에서, 필랑트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랑콜레오스에 이은 두 번째 ‘오로라 프로젝트’ 모델로, 르노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맞춰 한국에서 개발·생산되는 차량입니다. 국내 판매에 그치지 않고 라틴아메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등지에 연간 6만~7만대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4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필랑트의 시승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도심과 정속 구간, 와인딩 코스를 아우르는 편도 약 75km의 시승 코스였습니다. 차를 처음 마주한 순간, 범상치 않다는 인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필랑트는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입니다. 전장 4915mm, 전폭 1890mm, 전고 1635mm로, 기아의 중형 SUV 쏘렌토와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사이에 자리하는 덩치입니다. 낮게 깔리는 차체와 쿠페를 연상시키는 유려한 루프 라인이 어우러져 SUV의 실용성과 세단의 세련미를 동시에 품은 인상을 줬습니다. 차명 ‘필랑트’가 프랑스어로 별똥별을 뜻한다고 하는데, 후면으로 갈수록 날렵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그 이름에 걸맞았습니다.
 
르노코리아 필랑트 실내 1열 모습. (사진=르노코리아)
 
전면은 불빛이 들어오는 ‘일루미네이티드 시그니처 로장주 로고’와 그릴 라이팅을 중심으로 상단은 차체 색상으로, 하단은 유광 블랙으로 마감해 시각적인 그러데이션 효과를 냈습니다. 시동을 걸고 끌 때 전후면 램프 전체에서 펼쳐지는 웰컴·굿바이 라이팅 애니메이션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멈춰 서게 만들 만합니다. 후면의 플로팅 리어 스포일러부터 차폭을 더 넓게 보이게 만드는 LED 리어 램프까지, 디테일에 공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읽혔습니다. 
 
실내에 들어서면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라는 콘셉트가 단번에 느껴집니다. 세 개의 12.3인치 스크린이 수평으로 이어지는 ‘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이 시선을 압도했습니다. 각 스크린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면서도 서로 연결된 구조로, 동승석 탑승자도 OTT나 음악 스트리밍을 불편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AI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가 탑재돼 목적지 추천부터 공조 시스템 제어까지 자연스러운 대화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주행 도로와 연동된 레이싱 게임 ‘R:레이싱’, AI 생성 음악 기반 리듬 게임 ‘R:러쉬’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더해졌습니다.
 
르노코리아 '필랑트' 측면 모습(사진=표진수기자)
 
주행에 나서자 가장 먼저 감탄한 것은 승차감이었습니다. “역도선수가 앉아 있는 느낌”이라는 개발진의 표현처럼, 단단하게 버티면서도 거칠지 않은 감각이었습니다. 노면 진동은 부드럽게 걸러내면서도 코너링에서는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균형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가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 각각의 상황에서 감쇠력을 알아서 조율한 덕분입니다. 고급 세단의 질감에 도전하겠다는 개발 방향이 실제 주행에서도 충분히 전달됐습니다.
 
파워트레인은 그랑콜레오스에서 호평받은 직병렬 듀얼 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다듬었습니다. 100kW 구동 모터와 60kW 시동 모터가 1.5L 가솔린 터보 직분사 엔진과 맞물려 시스템 최고 출력 250마력, 최대 토크 25.5kg·m를 냅니다. 1.64kWh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어 도심 주행의 최대 75%를 전기 모드로 소화할 수 있고, 공인 복합 연비는 L당 15.1km입니다.
 
실제로 도심 구간에서 엔진이 개입하는 빈도가 적었고, 전환 과정에서 이질감도 거의 없었습니다. 안전 사양으로는 시속 60~90km 주행 중 충돌 위험을 감지해 자동으로 회피를 돕는 긴급 조향 보조(ESA)와 후석 승객을 레이더로 감지하는 알림 시스템이 전 트림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르노코리아 '필랑트' 후면 모습(사진=표진수기자)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및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기준으로 테크노 트림 4331만9000원부터 시작합니다. 아이코닉은 4696만9000원, 에스프리 알핀은 4971만9000원입니다. 1955대 한정 런칭 에디션인 에스프리 알핀 1955는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전용 액세서리를 포함해 5218만9000원입니다. 필랑트는 그랑콜레오스의 ‘대타’로 등판했지만, 시승을 마치고 보니 대타 이상의 존재감이 느껴졌습니다. 르노의 귀환을 환영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차였습니다.
 
경주=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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