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부산에서 발생한 항공사 기장 살해 사건을 계기로 조종사와 관제사 등 항공종사자의 정신건강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항공 안전을 위해 정신질환 이력을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민감한 의료정보 접근은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에서 전 직장 동료인 항공사 기장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A씨가 17일 부산 부산진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 항공사 전 직장 동료인 기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부기장 김모 씨는 과거 정신적인 문제로 항공신체검사(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신질환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항공종사자의 정신건강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관련 제도 개선을 담은 입법 논의도 다시 주목받는 모습입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항공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개정안에는 조종사, 관제사 등 항공종사자의 신체검사를 담당하는 항공전문의사가 필요 시 관련 기관으로부터 진료기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현재는 항공종사자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가 있어야만 의료기록 확인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당사자가 정신질환 이력을 숨길 경우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감사원 역시 최근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보고서를 통해 항공신체검사 과정에서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할 절차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항공전문의사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신청자가 작성한 문진표에 의존하는 탓에 정신질환 과거력이 있어도 이를 숨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입니다. 감사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기록을 활용하면 정신계 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항공신체검사 신청 단계에서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항공 안전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항공안전법과 관련 규정에 따라 조종사, 관제사 등이 매년 지정된 병원에서 항공신체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항공전문의사와 항공우주의학협회에 관련 업무를 위탁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동계는 의료정보 접근 확대가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국토부가 의료법상 직접 의료기록을 열람할 수 없고, 개정안에는 열람 주체와 목적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며 “무분별한 개인정보 접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항공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실제 비행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던 점을 보면 현재 의료 검증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항공 안전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적인 제도 보완은 필요하지만 항공 안전 강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지난 2023년에도 조종사 관제사의 정신계 질환유무 및 과거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항공안전법 개정안이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발의됐으나, 입법 논의 과정에서 폐기된 바 있어 이번에도 법 개정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의료정보 접근 범위와 절차, 감독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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