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 가장 적대국"…정부는 북 인권결의안 '불참' 가닥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겠다는 북…남북관계 해법 찾는 정부 고심 깊어져
2026-03-24 16:53:16 2026-03-24 17:26:1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을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겠다"고 했습니다. '적대적 두 국가'라는 표현이 개정 헌법에 명문화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소한 그에 준하는 행위가 있었고,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김 위원장이 가장 적대적인 국가인 한국을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유화책의 일환으로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지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북한이 태도를 바꿀지는 미지수입니다.
 
'적대적 두 국가', 개정헌법 반영 여부 촉각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제15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겠다"며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나 사소한 주춤도 없이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이라는 표현과 관련해선 '적대적 두 국가'를 개정 헌법에 반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주의헌법을 헌법으로 개칭한 것 자체가 '적대적 두 국가'화 과정에서 필요한 정비로 보인다"며 "헌법 명칭을 '사회주의'로 규정할 경우 사회주의 지향성과 혁명이념, 사회주의 혁명 차원의 조국통일, 헌법 적용 대상의 설정 등이 들어가야 하고 기존 '사회주의헌법'에 조국통일 위업 실현 등이 명시된 만큼 한국을 혁명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어서 '적대적 두 국가' 차원에서 기존 헌법과의 차별화를 위해 사회주의 헌법을 헌법으로 개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홍 위원은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했다는 표현은 당 규약과 헌법에 관련 내용을 반영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헌법 개정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적대적 두 국가' 헌법 명문화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만큼 개정 헌법에 명문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공인'이라는 표현이 헌법화를 암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도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를 명문화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현시점에서 명문화의 실익이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양 교수는 "이번 15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는 헌법상 명문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15기 최고인민회의 기간 언제든 헌법을 개정해 명문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통제 메시지가 중요한 시점에 대남 관계 규정으로 메시지 희석화를 방지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이란 침공 비판…핵보유 정당성 강변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라고 지칭한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는 "세계 도처에서 국가 테러와 침략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핵보유를 되돌릴 수 없게 영구화한 우리 국가의 전략적 선택과 결단이 얼마나 정당한가를 엄연히 실증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이란 침공을 비판하는 동시에 핵무기 고도화의 정당성과 핵보유국 지위를 되돌릴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은) '주권국가들의 존엄과 권리가 일방적인 강권과 폭제에 무맥하게 짓밟히고 있는 오늘의 세계 현실은 국가 존립과 평화 보장의 진정한 담보가 과연 무엇인가를 명확히 가르치고 있다'는 말로 미국의 이란 침공을 비판하고 핵보유 및 국가핵무력 강화 노선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위원은 "시정연설 도입부의 많은 부분을 핵무기 고도화 선택의 정당성에 할애한 것은 김 위원장이 현재 미국의 행동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를 선택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행동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평화공존 위한 노력 등 검토해 결정" 
 
이 같은 상황은 꼬여 있는 남북 관계를 풀 해법을 찾고 있는 정부의 고심을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장 유럽연합(EU)과 호주가 초안을 작성해 오는 27일 채택될 예정인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를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단 지난 17일까지 신청이 마감된 초기 공동제안국에서는 빠졌습니다. 결의안 채택을 위한 회기가 종료되는 오는 30일로부터 2주 뒤까지는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참여 여부를 두고 관계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북한과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동제안국 참여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이니 원칙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은 2008~2018년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남북 관계 계선을 추진하던 문재인정부 때인 2019~2021년엔 빠졌습니다. 이후 윤석열정부 시기인 2023~2025년에 다시 공동제안국에 참여했습니다. 이재명정부 첫해인 지난해 결의안에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는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우리 정부의 제반 노력과 결의안 문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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