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봉쇄 위기’에 산업계 ‘초긴장’…“대체 수입선 없다”
중동산 원유 수급로 사실상 막혀
주력산업 유럽향 수출 차질 우려
사태 장기화 시 산업계 전반 ‘타격’
2026-03-30 16:41:23 2026-03-30 17:45:20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 반군이 홍해 해협 봉쇄를 시사하며 군사행동에 나서자, 산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습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빚어진 원재료 수급 차질이 산업계 전반 연쇄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글로벌 물류 동맥인 홍해까지 막힐 경우 극심한 타격이 불가피한 까닭입니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이 동시에 봉쇄될 경우 중동산 원유 수입선 자체가 사실상 막히는 데다, 수에즈 운하를 활용한 유럽 수출길에도 큰 차질이 예상됩니다. 특히 지난 2024년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불거진 물류 악몽을 겪은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그래픽=뉴스토마토)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 28(현지시각)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중동 전쟁에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수에즈 운하 그리고 지중해 항로로 이어지는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의 참전으로 인해 이란이 막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선박의 항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홍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10%가 거치는 핵심 경로입니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자 국내 정유업계는 대체 경로로 홍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부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를 육상 파이프라인(송유관)을 통해 서부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면 홍해를 통해 운송하는 루트입니다. 하지만 홍해 마저 봉쇄될 경우 중동산 원유 수입선은 사실상 막히게 됩니다. 두 해협 바깥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푸자이라항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부족한 물량과 이란의 지속 공격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유럽으로 가는 수출도 차질 전망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중동산 원유 수급선은 사우디의 얀부항과 UAE의 푸자이라항뿐인데, 푸자이라항이 이란에 계속 공격받는 상황에서 홍해 해협이 막힐 경우 사실상 중동산 원유 수급선이 막히는 셈이라며 얀부항에서 역으로 수에즈 운하와 지중해를 통과해 들여오는 방안이 있지만, 유조선을 용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데다 운송비가 8배 이상 들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습니다.
 
정유업계 다른 관계자는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푸자이라항이나 오만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방안은 물동량이 많지 않아 한계가 크다다각도로 수급선 확보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화물선. (사진=연합뉴스)
 
나프타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홍해 봉쇄가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원유 수급 불안 확대에 따른 유가 상승 등 시차를 두고 다가올 간접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원유 운송로가 위축될 경우 원유 공급 경직으로 유가 상승 압력이 불가피한 까닭입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홍해 봉쇄가 현실화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일 막히게 된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장 거래선을 다변화하기도 쉽지 않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원유 수급난에 더해 국내 주요 기업의 유럽향 수출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전,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은 유럽으로 수출하는 완제품과 현지 공장에 부품 조달을 위해 홍해-수에즈 운하 루트를 활용해 왔는데, 홍해가 막힐 경우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운송 거리와 시간, 그리고 운임비 상승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지난 2024년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사태로 물류 악몽을 겪은 바 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의 물류비는 29602억원을 기록해 전년(17216억원) 대비 72%가량 급증했습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26644억원에서 31110억원으로 약 17% 늘었습니다. 이는 결국 각 업체의 가전 부문 실적 둔화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홍해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상황을 긴밀히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산업계 곳곳서 비명’ 속출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홍해 봉쇄 위기까지 중동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공급망 충격은 직접 대상인 석화업계를 넘어 국내 주력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석화업계는 현재 비상 운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사태가 더욱 길어질 경우 추가 공장 가동 중단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LG화학은 여수산단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가동을 멈췄고, 롯데케미칼도 여수 공장 정기 보수 일정을 앞당기는 등 가동을 멈춘 상태입니다. 석화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계가 보유한 나프타 재고 보유량은 약 2주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선원이 촬영한 중동 사태 현장. (사진=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반도체 업계도 액화천연가스(LNG) 부산물인 헬륨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헬륨은 웨이퍼 냉각, 진공 누설 검사 등 반도체 공정 과정에 두루 쓰이는 핵심 공정 가스로 수입량의 약 6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공습으로 카타르가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압박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수개월분의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 충격은 피했지만, 사태 장기화 시 원가 부담 압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재고와 수입선을 다변화한 상태이기에 생산 차질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사태 장기화 시 원가 상승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전 한 달을 맞은 중동 전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원자재 공급망 불안은 물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 전반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태 장기화 시 고환율, 유가 상승, 운임비 급등 등 어느 하나 우리한테 유리한 것이 없다중동 지역 에너지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산업 전반 핵심 소재 조달 차질 등에 더해 유럽·중동 수출길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기업들이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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