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취득한 약 14조5806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내달 2일 소각합니다. 자사주 소각을 사실상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 흐름에 맞춰 자사주를 대거 소각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자사주 소각에 이어 주주환원 활동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집니다. 다만 자사주가 기업의 경영권 방어, 유동성 확보에도 활용되는 만큼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31일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적으로 지난해 2월18일과 7월8일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식 수는 보통주 7335만9314주, 종류주식(우선주) 1360만3461주입니다. 1주당 가액은 100원이며, 소각 예정 금액은 약 14조5806억2618만5300원입니다.
삼성전자는 내달 2일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이사회 결의에 의해 소각하는 것으로 주식 수만 줄고 자본금의 감소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보유한 자사주 총 1억543만주 가운데 82.5%에 해당하는 약 8700만주를 올해 상반기에 우선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식 소각 결정으로 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내 소각 목적으로 보유 중인 자기주식 전부를 소각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도 지난 18일 삼성전자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결의에 따라 자기주식 소각 계획을 이행할 것이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소각을 완료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이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 중이거나 시장에서 매입한 자사의 주식을 소각하는 행위입니다.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 해당 기업의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사주 매입 이후 금고주로 갖고 있지 않고 자사주를 소각한 것은 향후 유통 물량을 줄일 수 있어서 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정책이 ‘소각’으로 전환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6일부터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에 대해서는 1년, 기존 자사주에 대해서는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 임직원 보상 등 회사 정관에 근거를 명시한 경우, 예외적으로 자사주 보유가 허용됩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꾸준한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 강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메모리 공급 부족 등 우호적인 시장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 활동을 계속해 주주들로부터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4년 11월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 2월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차 매입한 3조원가량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자사주가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유동성 확보, 전략적 투자를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만큼,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병행된 상태에서 자사주 소각이 이루어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주가 부양,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기업이 고민하는 측면도 같이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결국 근본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기업은 연구와 투자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조세와 규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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