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특사경 지휘권' 폐지 수순…검찰, '세관 비리' 적발로 맞불
검찰, 여당 '수사지휘권 폐지' 당론 사흘 만에 '세관 특사경' 비리 공개
검찰, '압수 와인 빼돌릴테니 돈 달라'며 거액 요구한 공무원 구속기소
검사의 압수물 환부 수사지휘 과정에서 덜미…'전건송치' 대안에 반박
2026-07-27 15:14:00 2026-07-27 16:47:21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검찰이 27일 압수한 '밀수 와인'을 빼돌리려던 세관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사건을 공개한 시점이 공교롭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24일 검사의 특사경 수사지휘권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지 사흘 만입니다. 1차 수사기관에 대한 검찰의 통제가 사라질 경우 구조적 부실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맞불을 놓은 모양새입니다.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압수된 밀수 와인을 바꿔치기하는 대가로 현금을 수수·요구한 혐의를 받는 세관 공무원 구속 기소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관 특사경, '5억 와인' 바꿔치기 모의했지만…검찰에 덜미
 
안동건 중앙지검 제1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세관 공무원 2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알선수재와 뇌물 혐의 등으로 지난 24일 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건은 202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세관 공무원이던 A씨와 B씨는 와인업계 종사자 C씨로부터 와인 밀수에 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A씨와 B씨는 5억원 상당의 고가의 와인 379병을 압수한 뒤 오히려 C씨에 압수된 와인을 진열용 가짜 와인병으로 바꿔 빼돌려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사와 세관 창고장에 대한 로비 자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압수한 식품을 공매하려면 성분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와인의 경우 개봉해서 성분을 확인하면 상품 가치가 없어져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빈틈을 노린 겁니다. 하지만 이들의 모의는 검사의 수사 지휘 과정에서 막혔습니다. 검찰이 압수물 검토 단계에서 '379병 중 363병은 공소시효(7년)가 지났으니 압수 당사자에게 즉시 돌려주라'고 지휘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남은 16병을 마저 바꿔치기해주겠다며 C씨에게 4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C씨가 2025년 1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송치 후 추가 수사를 벌인 검찰은 2명을 구속기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수사 결과 A씨는 2022년 '키 성장 영양제' 관세포탈 사건을 동료에게 제보받고도 자신의 여동생이 제보한 것처럼 허위 신고서를 작성한 뒤 포상금 7500만원을 받아낸 전력도 드러났습니다.
 
검찰 "수사지휘권 덕"…민주당 '형소법 개정안'에 우려 표해  
 
안 차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중앙지검은 인권 및 적법절차 보장을 위한 책무인 수사 지휘를 철저히 해 특사경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특사경의 직무상 권한을 악용한 부패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지검 관계자도 "압수물 처분에 관한 권한 및 특별사법경찰 관리에 대한 지휘 감독 권한이 존재했기 때문에 본건 범행이 밝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 사건은 1차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24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민주당이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걸로 풀이됩니다. 지난 24일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형소법 개정안엔 특사경에 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되, 모든 특사경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전건송치'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전건송치만으로는 1차 수사기관에서 벌어지는 비위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전건송치는 사건 전체를 '스크린'할 수 있는 측면에서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세관 특사경 사건의 경우는 검사의 압수물 처분에 대한 수사지휘 단계에서 확인이 될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형소법 개정안이 검사를 '압수물 처분의 주체'에서 배제한 부분을 지적하고 수사지휘권의 정당성을 피력한 셈입니다.
 
한편, 특사경 수사지휘권 존치는 법무부의 오랜 주장이기도 합니다. 법무부는 당정이 합의한 공소청법이 공개된 직후인 3월12일 '검찰개혁법안(정부·여당안) 설명자료'를 내고 "검사의 직무 제4조 4호 특사경 지휘·감독은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일반 행정기관 소속인 특사경 수사 과정의 법리와 인권 보호를 지도하는 통제 장치"라며 "이는 수사권 행사와는 다른 개념이고, 특사경을 두고 있는 대부분의 부처와 학계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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