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톺아보기)노웅래 '1심 판결' 보고 말 바꾼 검찰…'선별기소' 또 논란
검찰, 2심서 위수증 해명 바꿨지만 또 무죄
2심 "검찰, 1심 판결 내용 맞춰 주장 변경"
위수증, '선별 기소' 의혹과 얽혀 문제 커져
2026-08-25 16:38:44 2026-08-25 17:43:59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습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 수집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본 겁니다. 검찰은 1심 판결 직후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주장을 바꾸며 대응에 나섰으나 2심 재판부로부터 지적만 들었습니다. 특히 검찰의 위법수집증거 문제는 '선별 기소' 의혹과도 얽혀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재판장 김용중 부장판사)가 지난 21일 무죄를 선고한 노 전 의원의 뇌물수수 등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항소심에 들어가자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주장을 변경했습니다. 
 
검찰의 증거 수집 절차가 문제 된 이유는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무관한 별건 증거를 별도의 영장 발부 없이 유죄 증거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수사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한 수사에서 비롯됐습니다. 검찰은 2022년 8월, 이 전 부총장과 사업가 박우식씨의 알선수재 등 혐의와 관련해 박씨의 배우자인 조모 교수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 1차로 선별된 전자정보만 8만1000여개에 달했습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노 전 의원과 관련된 녹취록 등을 발견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영장 혐의와 무관한 별건 혐의를 발견했을 경우, 즉시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새 영장을 청구하는 대신 조 교수로부터 노 전 의원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임의제출한다는 확인서를 받았습니다. 이어 다음날 압수수색을 마치고 조 교수 측에 선별된 전자정보 목록을 전달했습니다. 선별 대상 전자정보만 6만3000여개에 달했는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수천 개의 녹취록과 수만 개의 메시지 등을 모두 살펴본 셈입니다.
 
이에 1심에서 검찰은 노 전 의원 관련 전자정보를 발견한 즉시 탐색을 중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문자 및 SNS 메시지와 녹음 파일의 수량이나 대화 길이, 재생 시간 등을 감안하면 단 하루 만에 방대한 양의 전자정보 선별이 완료되기에는 시간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검찰이 탐색을 중단하지 않은 채 선별을 계속한 뒤 비로소 임의제출 확인서를 받았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 아니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업가로부터 6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그러자 1심 판결 직후 검찰은 말을 바꿨습니다. 노 전 의원 관련 전자정보를 발견하자마자 탐색을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검찰은 항소장에 "이 사건 전자정보는 휴대전화 선별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발견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 선별 작업이 진행된 상황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이라며 "노 전 의원은 이 전 사무총장 사건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 아니다. 이 전 사무총장에 대한 청탁과 관련해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관련 증거들을 탐색하고 분석해 별개의 범죄사실이 성립될 수도 있다는 것을 파악한 무렵 더 이상의 탐색을 중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변화된 검찰 주장을 하나하나 짚으며 "위와 같은 검사의 주장 변화는 전자정보 탐색·선별 절차의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지적하는 원심 판시 내용에 맞춰 탐색·선별 절차의 적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체화되며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2심 재판부는 임의제출 방식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조 교수는 임의제출 대상이 되는 정보의 범위에 관해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로 이 사건 임의제출 확인서에 서명한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이 조 교수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단 겁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노 전 의원과 뇌물공여자로 지목된 박씨를 연결해 주고, 노 전 의원에게 직접 뇌물을 건넨 사람은 조 교수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노 전 의원과 박씨만 기소했습니다. 이런 탓에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해 조 교수로부터 노 전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을 받아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노 전 의원 측은 "검찰이 조 교수를 이용해 영장을 우회한 것도 모자라 조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남겨뒀다"며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받아내려는 선별 기소"라고 주장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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