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8월 코스닥 새내기주들이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도 줄줄이 공모가 아래로 밀리고 있습니다. 이달 신규 상장한 6개 기업 가운데 이날 종가 기준 5곳이 공모가를 밑돌았습니다. 높은 경쟁률에도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낮고 상장 초기 유통 물량은 적지 않아 수요예측 흥행이 실제 주가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낙폭이 가장 큰 종목은 딜리셔스입니다. 지난 12일 상장 첫날 공모가 7000원보다 26.6% 낮은 5140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26일 종가는 3295원으로 공모가 대비 52.9% 떨어졌습니다.
기도산업은 지난 21일 상장 첫날 공모가 2만8400원을 34.6% 밑돈 1만8580원에 마감했습니다. 이후에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이날 1만5020원까지 내려와 공모가 대비 낙폭이 47.1%로 확대됐습니다.
해치텍도 지난 25일 첫 거래일에 공모가 2만3000원보다 39.4% 낮은 1만393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1만4020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공모가 대비 39.0% 낮은 수준입니다.
니어스랩은 지난 24일 상장 첫날 공모가 4만1200원보다 30.5% 낮은 2만8650원에 마감했습니다. 이후 이틀 연속 반등해 이날 3만2300원까지 올라왔지만 여전히 공모가를 21.6% 밑돌았습니다.
케이앤에스아이앤씨는 상장 첫날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했습니다. 지난 13일 장중 공모가 대비 123.6%까지 치솟았고 종가도 39.8% 상승했지만 26일 종가는 9790원으로 공모가 1만1000원보다 11.0% 낮았습니다.
반면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이달 신규 상장사 가운데 유일하게 공모가를 웃돌았습니다. 지난 18일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49.9% 높은 1만7990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날 종가도 1만7340원으로 공모가 대비 44.5%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수요예측 당시 투자 열기와 상장 이후 성적은 엇갈렸습니다. 니어스랩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7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일반청약에서도 530대1을 나타냈습니다. 기도산업 역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213대1에 달하며 공모가를 희망범위 상단에서 확정했습니다.
반면 기관의 장기 보유 의사를 보여주는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낮았습니다. 기도산업은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637곳 가운데 636곳이 의무보유확약 없이 주문을 넣어 확약 비중이 0.003%에 그쳤습니다. 니어스랩의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1.26%에 불과했습니다.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물량도 적지 않았습니다. 해치텍의 유통가능주식 비중은 전체 상장주식의 37.2%로 가장 높았고 딜리셔스 36.4%, 니어스랩 32.5%, 기도산업 32.4% 순이었습니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25.3%, 케이앤에스아이앤씨는 17.6%로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특히 니어스랩과 기도산업은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각각 743대1, 213대1에 달했지만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낮고 유통가능물량은 모두 30%를 웃돌았습니다. 수요예측에 기관 주문이 몰리더라도 실제 장기 보유로 이어지지 않고 상장 직후 매도 가능한 물량까지 많으면 초기 수급에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공모가 산정 과정도 일부 종목의 투자심리를 압박했습니다. 니어스랩은 지난해 매출 66억원, 영업손실 166억원을 기록했지만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RTX와 록히드마틴 등 미국 대형 방산 기업을 비교기업에 포함했습니다. 현재 실적과 기업 규모를 감안할 때 비교기업 선정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해치텍은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01.91대1에 그쳤고 공모가도 희망범위 최하단인 2만30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이후 상장 첫날 39% 넘게 급락하며 공모가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을 둘러싼 수급 여건도 새내기주에는 부담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등 대형주로 투자자 관심과 자금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신규 상장주가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PO 공모금액은 1조1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7% 감소했고 신규 상장기업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47.5% 줄었습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IPO 시장 부진의 배경으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지연과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을 꼽았습니다. 최 연구원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몇 개월 동안 지연되면서 시장의 흐름이 막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다는 것만으로 실제 장기 투자 수요까지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의무보유확약 비중과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 공모가 산정 근거를 함께 봐야 상장 이후 수급 부담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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