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병력을 이끌고 국회에 진입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 등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군 간부 7명 중 5명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특히 김현태 전 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에겐 징역 12년이 선고됐습니다.
법원은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명령의 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병력을 동원했다면 내란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2024년 12월9일 김현태 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합의37-2부(재판장 오창섭 부장판사)는 2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현태 전 단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은 징역 10년, 김봉규 전 정보사령부 중앙신문단장과 정성욱 100여단 2사업단장은 각각 징역 7년, 김대우 전 방첩사령부 수사단장은 징역 5년에 처해졌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김현태 전 단장과 이상현 전 여단장, 김대우 전 단장에 대해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 법정에서 즉시 구속했습니다.
반면 박헌수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과 고동희 전 정보사 계획처장에 대해선 국헌문란의 목적과 내란에 가담하려는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내란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처벌을 함으로써 앞으로 누구도 다시는 내란을 도모하거나 가담하지 못하도록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김현태 전 단장에 대해선 "피고인은 대테러작전 등을 담당하는 최정예 특수부대인 707특수임무단의 지휘관으로서 병력을 헬기에 탑승시켜 국회에 진입시킨 뒤 현장에서 봉쇄를 직접 지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2024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령 따랐을 뿐"…법원, 위법성 인식 여부로 판단
피고인들은 모두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헌법기관 점거 및 체포 시도 등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구체적으로 김현태 전 단장과 이상현 전 여단장은 계엄 당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에 병력을 진입시킨 혐의를 받습니다. 박헌수 전 본부장은 김대우 전 단장과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고동희 전 처장과 김봉규 전 단장, 정성욱 전 단장 등은 선관위를 점거하고 직원들을 체포하려고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상관의 지시를 받은 중간 지휘관들에게 내란의 고의와 국헌문란 목적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그동안 피고인들은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따랐을 뿐, 국헌문란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지난달 2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김현태 전 단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계엄 선포 직후 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야간 준비 중이던 인원, 복장 그대로 국회로 간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지시에 따라 움직인 군인들을 절대로 희생양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군 지휘관으로서 명령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부하들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지시했다면, 단순한 명령 복종으로 볼 순 없다고 했습니다.
국회·선관위 진입, 정치인 체포 등은 '위법성 명백'
재판부는 이상현 전 여단장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하들에게 국회의사당에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평소 임무 경력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당연히 이 명령의 불법성을 인식했을 걸로 판단된다"며 "이를 용인한 채 지휘 병력에 국회 봉쇄 및 의결 방해를 지시했으므로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김대우 전 단장은 계엄 당시 주요 정치인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는데도 이들을 체포 대상으로 삼은 만큼, 그 과정에서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걸로 봤습니다. 재판부 역시 "방첩사 수사단장인 피고인으로선 이런 체포·구금이 위법하다는 점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며 "소속 부대원들에게 합동체포조 편성 및 출동을 지시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책임에 따라 내란중요임무종사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봉규 전 단장과 정성욱 전 단장에 대해선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법적 권한이 없었다"며 "적법하게 발부된 체포·구금 영장도 없었고, 신병확보 과정에서 강제력을 사용하는 등 자신들에게 부여된 임무가 위법한 것임을 명백히 인식한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끝으로 재판부는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들을 향해 "위헌·위법한 계엄에 저항하는 수많은 시민과 자신의 임무가 적법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부대원들을 외면하고 상관의 명령을 맹종했다"며 "이들로 인해 동원된 장병과 수사관들은 내란에 동조한 세력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고, 국민은 극도의 불안에 빠졌다"고 질타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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