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1사로 '대수술'…효율·거대화 '새 갈림길'
발전 5사 통합 공식화했지만 '공룡 공기업'
53GW '한국발전' 실행력이 관건
내년 10월 출범, 승부처는 '에너지전환'
통합 자체보다 통합역량 활용 과제
2026-09-04 17:03:10 2026-09-04 17:03:1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25년 전 경쟁 도입을 위해 쪼갰던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개사가 다시 하나로 묶이면서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조달·투자·운영의 일원화가 통합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발전공기업의 단순 통폐합과 달리 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저장장치(ESS)·계통 안정, 대규모 투자, 석탄발전 노동전환과 지역경제 전환을 한 축에서 추진할 ‘에너지전환 플랫폼’으로의 재편 성격이 강합니다.
 
특히 5개 회사의 통합이 규모 경제와 투자력 확대라는 기대와 함께 시장지배력 확대, 내부 견제 약화라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결국 비효율적 거대 조직이 아닌 통합역량을 활용해 K-전력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1사 출범’ 완성과 ‘에너지전환 실행력’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26년9월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회 해상풍력발전위원회 회의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발전 5사 통합 ‘한국발전’
 
4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밝힌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의 1개사 통합 명칭은 ‘한국발전’입니다. ‘한국발전’은 한국전력의 100% 자회사로 두게 됩니다. 
 
이번 통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회사 ‘몸집’입니다. 발전 5사가 보유한 발전설비는 약 53GW로 통합되면 보유 설비 기준 세계 8위가 됩니다. 중국을 포함할 경우에도 14위 규모의 대형 발전회사로 올라서게 됩니다. 
 
정부가 단순한 공기업 통합을 넘어 ‘글로벌 톱10’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기업을 목표로 제시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특히 5개사에 분산된 연료구매와 발전설비 투자, 경영관리 기능 등을 통합하면 중복 기능을 줄이고 조달·투자 의사결정을 일원화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전력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재생에너지와 ESS를 대규모로 개발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미래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6년8월24일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산지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4개 본부…석탄 인력 전환 수월해져
 
통합본사는 재생에너지본부·정의로운전환본부·안전기술본부·기획관리본부 등 4개 본부 체계로 구성됩니다. 현행 5사장·5감사·10상임이사 체계는 1사장·1감사·4상임이사로 단순화할 계획입니다. 5개 발전사 본사의 합산 인력도 약 2400명에서 18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정의로운전환본부’가 독립적 기능으로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통합 발전사가 단순한 발전설비 운영회사가 아닌 석탄발전 폐지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관리하는 전환 주체로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삼일회계법인의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발전공기업의 미래 역할을 재생에너지 직접 개발, 계통 유연성 자원 제공, 석탄발전 폐쇄에 따른 노동·지역경제 전환을 담당하는 ‘정의로운 전환 플랫폼’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특히 석탄발전 폐쇄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를 통합법인 내부에서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통합의 주요 의미로 꼽힙니다. 현행 분리체제보다 단일 법인에서 화력발전 인력을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전망입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2026년9월4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본사 이전지 '물음표', 견제장치도 '관건'
 
가장 민감한 본사 이전 문제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정부는 기존 전력공기업의 위치와 정의로운 전환 영향, 정주·근무여건 등을 종합해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과 연계해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충남을 찾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박수현 충남지사가 제안한 발전 통합본사의 충남 유치에 대해 “저와 최고위가 무겁게 경청했다. 당이 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충남 유치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이지만 구체적인 입지를 확정하거나 공식 지지도 아니어서 본사 소재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입니다.
 
다만 지역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통합본사와 함께 3~4개의 지역재생에너지본부를 신설하고 기존 본사 인력 중 약 600명을 배치해 태양광·육상풍력 등 지역 단위 사업을 맡길 계획입니다. 기존 지역 화력발전본부도 안정적 운영과 현장 안전을 위해 유지합니다.
 
연구용역 역시 대형 해상풍력은 본사에서 통합 관리하되, 태양광 등 분산형 사업은 지역 조직이 주민 협의와 인허가를 담당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향후 본사 입지 논의도 어느 지역이 본사를 가져가느냐에만 머물기보다는 통합본사와 지역재생에너지본부를 어떻게 조합해 지역의 일자리와 사업 기능을 보장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거대 공기업의 재탄생인 만큼 견제장치도 관건입니다. 자본력과 사업 수행능력은 커지지만 시장 영향력과 내부 의사결정 권한도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연구용역은 완전통합법인이 규모의 경제와 에너지전환 실행력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조직 비대화, 내부 견제 약화, 투자·인력 배분 권한 집중, 특정 발전원·지역으로의 영향력 편중 등을 우려했습니다. 통합 효과를 살리면서도 외부 감독과 내부 통제 등 견제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5개사 통합을 위해 올해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합니다. 9월에는 기후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발전공기업 통합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발전 5사와 한전,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무지원단도 가동합니다. 정부는 약 1년간 본격적인 통합 준비를 거쳐 2027년 9월 설립등기와 임원 선임을 마치고 10월1일 공식 출범한다는 목표입니다.
 
한 관계자는 “통합 법인등기는 예정대로 이뤄지겠지만 사실상 통합 내용에서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5사를 1사로 만드는 것보다 통합역량을 활용해 K-전력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고 무엇을 바꿔 갈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6월30일 서남권 해상풍력 후보지 항공 시찰 중 무안공항 항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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