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농·축협 노조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지역 조합장의 인사권 남용 의혹을 계기로 조합장에 집중된 인사권을 견제하고 불공정 인사 관행을 개선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요구했습니다.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가 전날 오전 11시30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별관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18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농·축협 직원의 승진권 침해와 불공정 인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에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협동조합본부는 전국 189개 농협·축협·신용협동조합 노동자들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경남 지역 A농협에서는 조합장이 기능직 직원 B씨에게 일반직 전환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해당 조합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된 상태입니다.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에는 조합장이 B씨에게 "팀장이 조합장한테 인사해야 한다는 소리 안 하더냐", "네가 돈을 들고 오든지 해야지"라며 "월요일까지 10개(1억원) 들고 와라"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씨는 이 같은 요구를 거절했고 이후 일반직 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인사권 남용이나 보복성 인사 문제가 특정 조합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재관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농협 관련 익명제보센터에 총 1022건의 비리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유형별로 △금품·뇌물 193건 △부당계약 24건 △불법 업무 438건 △권한 남용 및 갑질 254건 △주요 제도개선 과제 11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노조는 "농·축협에서 채용·승진·전환·환직 등 인사 과정에서 조합장 등 인사권자에게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어 권한 남용, 연고주의, 보복성 인사, 특혜, 부정한 청탁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행 농·축협의 승진 구조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농협은 인사평정과 인사고과, 관리자 업무능력 시험(e-pass) 등을 거쳐 승진 요건을 충족한 후보자를 5배수로 선정한 뒤 조합장이 최종 승진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인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객관적인 승진 요건을 갖춘 후보자가 여러 명이더라도 조합장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조는 "노조 가입이나 조합장 선거 지원 여부, 평소 인사 여부, 친·인척 및 고향 선·후배 관계 등을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채용·승진·전환·환직 등 인사권 행사 과정에서 권한 남용과 부정한 청탁이 발생할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농·축협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법정 협동조합으로 국가의 법률상 감독체계 안에 있습니다. 현행법은 국가와 공공단체가 조합 및 중앙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전국 1106개 농·축협은 농협중앙회 인사규정 등을 토대로 취업규칙과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노조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농·축협 인사제도의 감독 강화와 불공정 인사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공식 제출했습니다. 진정서에는 조합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을 견제할 감독 시스템 구축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와 문제가 된 경남 A농협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노조는 "농·축협의 자율성이 농업협동조합법에서 정한 법적 범위 안에서 보장되는 것과는 별개로 불공정한 인사제도에 대해서는 국가기관의 감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남 A농협 조합장의 금품 요구·수수 행위가 형법상 배임수재죄 등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가 전날 정부서울청사별관 정부합동민원센터에 방문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농·축협 노조의 인사권에 대한 조사와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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