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과장님 대신 프로님?…우리은행, 호칭 개편 추진
위계감 줄이고 수평적 조직문화 강화
2026-09-23 14:50:43 2026-09-23 14:50:43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우리은행이 사내 호칭체계 손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직급에 따른 위계감을 낮추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27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호칭체계 개편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기존 직위 중심의 호칭을 역할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로, 팀장의 경우 호칭을 그대로 두고 팀원들의 호칭을 단순화하는 방향입니다.
 
현재 우리은행의 직급은 계장-대리-과장-차장-부지점장·부부장-팀장 등으로 나뉘는데요. 세분화된 팀원 호칭을 △3단통합형(수석-책임-선임) △2단통합형(수석-선임) △전면통합형(프로)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우선 1안은 직위 구분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팀원 호칭을 3단계로 묶는 방식입니다. 세부적으로 두 가지 방안(1-A안, 1-B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습니다.
 
1-A안은 부지점장·부부장을 '수석'으로, 차장·과장을 '책임'으로, 대리·계장을 '선임'으로 각각 묶습니다. 직급 구분을 반영해 팀원 호칭을 3단계로 나눈 겁니다.
 
1-B안도 마찬가지로 3단계로 통합하지만 구분선이 다릅니다. 차장 이상 호칭은 통합하고, 과장과 행원급 호칭은 각각 별도로 뒀습니다. 부지점장·부부장과 차장을 '수석'으로 묶고 과장은 '책임', 대리·계장은 '선임'으로 구분됩니다.
 
2안은 '2단통합형'으로, 통합 폭을 한 단계 더 넓힙니다. 부지점장·부부장부터 과장까지 관리자급·책임자급을 모두 '수석'으로 묶고, 대리와 계장을 '선임'으로 묶어 팀원 호칭을 두 단계로 단순화합니다.
 
가장 파격적인 건 '전면통합형'인 3안입니다. 직급과 관계없이 부지점장·부부장부터 계장까지 모든 팀원 호칭을 '프로' 하나로 통일하는 방식입니다. 네 가지 안 모두 소속장급은 조직 운영상 지위와 대내외 대표성을 고려해 이번 개편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아울러 검사역·심사역·교수 등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의 경우, 새로운 호칭에 기존 전문역 명칭을 병기해 유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수석 직급이면서 검사역 업무를 겸하는 경우 '수석(검사역)', 책임 직급이면서 심사역 업무를 겸하는 경우 '책임(심사역)' 식으로 표기하는 겁니다.
 
우리은행은 직원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호칭체계 개편 방향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선 디지털 전환과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와의 경쟁으로 수평적인 소통과 빠른 의사결정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우리은행도 이른바 '호칭 파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다른 시중은행들도 앞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호칭체계에 변화를 줬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대리·과장·차장 등 기존 직급 대신 부서별로 자율적인 호칭을 사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현재는 과장 이상은 '팀장', 대리 이하는 '프로'로 더 단순화했습니다.
 
하나은행도 지난 2020년 직급 대신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는 호칭 실험을 진행한 후, 현재까지 이 체제를 유지 중입니다. 본점에서는 영어 닉네임 사용을 독려하고 영업점에서도 회의 등을 중심으로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워낙 보수적인 문화인데다 호칭도 세분화되어 있어 비교적 딱딱한 분위기"라면서 "호칭을 바꾸면 벽을 어느정도 허물게 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호칭체계 개편을 두고 향후 인사·보상체계 변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나옵니다. 장기적으로 호봉제나 승진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회사 측은 호칭이 단순화되더라도 인사관리상 기존 직위와 승진체계는 그대로 유지되며 급여나 평가·보상체계 개편도 별도로 검토되고 있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이번 호칭체계 개편은 단순히 부르는 명칭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역할 중심으로 호칭을 정비해 위계 인식을 완화하고 수평적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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