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해 두 달의 시간을 더 갖기로 합의했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의 장벽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 의회가 중국 자동차의 미국 진입을 막는 현행 규제를 아예 법률로 굳히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에 문을 열어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자동차업계와 의회는 현지생산까지 막아야 한다며 빗장을 걸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내연기관차와 북미 생산에 다시 무게를 싣는 등 미 자동차산업의 ‘요새화’ 현상에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테네시주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무역 휴전을 두 달 연장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합의한 휴전은 오는 11월10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내년 1월10일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자동차에서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당일 미 상원에서는 중국 자동차의 미 시장 진입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의 신속 처리가 추진됐습니다. 민주당 엘리사 슬롯킨 의원과 공화당 버니 모레노 의원이 초당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입니다.
법안의 핵심은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내 차량 판매뿐 아니라 현지생산까지 사실상 차단하는 현행 규제를 법률로 못 박는 것입니다. 현재 상원에서 51명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하원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에 100명이 넘는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습니다. 당초 신속 처리가 추진됐지만 공화당 랜드 폴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처리는 일단 미뤄졌습니다.
미국은 이미 중국과 연계된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탑재된 차량의 판매·수입을 제한하고, 중국산 전기차에는 100%가 넘는 관세장벽을 두고 있습니다. 새 법안이 통과되면 행정부 규제에 머물던 중국차 봉쇄가 법률로 굳어지고 향후 행정부가 중국 업체에 예외를 허용할 여지도 크게 줄어듭니다.
이는 중국 자동차의 미국 현지 생산에 가능성을 열어둔 트럼프 대통령과도 온도차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미국 완성차·부품·딜러 단체들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업체가 미국에서 차량을 판매하거나 수입하는 것은 물론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까지 막는 정책을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중국차를 막는 동시에 미국 자동차산업 내부에서도 자국 시장 중심의 재편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미국 자동차산업이 이른바 ‘요새 미국(Fortress America)’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동차·부품 관세로 현지생산 압력이 커지는 반면 전기차 지원 축소로 미국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와 생산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 SUV와 픽업트럭에 다시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습니다. S&P글로벌모빌리티는 미국과 유럽, 중국의 배출가스 규제와 전기차 전환 속도가 달라지면서 하나의 차량 플랫폼을 세계시장에 적용하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업체들이 자국에서 수요가 높은 대형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할수록 글로벌 전동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현대차도 미국 중심의 생산·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50만대 추가하고 북미 부품 조달률을 60% 수준에서 80%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당장 직접 경쟁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며 “다만 관세와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미국에서 사업하는 완성차업체들의 현지생산과 부품 조달 확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