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크래프톤(259960)이 올해 PUBG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 개발을 연이어 중단한 가운데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용자 반응을 확인한 뒤 빠르게 서비스를 종료한 작품에 이어 4년 넘게 개발하고 두 차례 알파테스트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마저 정식 출시를 앞두고 멈추면서, 향후 크래프톤의 PUBG IP 확장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1일 PUBG IP 기반 익스트랙션 슈터 'PUBG: 블랙버짓'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블랙버짓은 2022년 2월 '프로젝트 블랙버짓'으로 처음 공개된 이후 4년 넘게 개발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첫 번째 클로즈드 알파테스트를 진행했고, 올해 6월 2차 테스트까지 실시했지만 정식 출시에는 도달하지 못한 겁니다.
앞서 또 다른 PUBG IP 확장작인 'PUBG: 블라인드스팟'도 올해 서비스를 마쳤습니다. 블라인드스팟은 PUBG 세계관을 활용한 5대 5 전술 슈팅 게임으로 지난 2월5일 얼리 액세스에 돌입했지만 약 두 달 만인 3월30일 서비스를 접게 됐습니다.
연초 내건 'PUBG 확장'…두 프로젝트 모두 중단
두 프로젝트는 크래프톤이 연초 PUBG IP 확장을 위해 직접 성장전략 사례로 제시했던 신작들입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1월 경영전략 발표에서 블랙버짓과 블라인드스팟 등으로 PUBG IP 장르 확장을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크래프톤은 블랙버짓 개발 중단과 관련해 "프로젝트의 개발 현황과 향후 방향을 검토한 결과 개발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펍지 스튜디오는 모든 결정의 중심에 플레이어 경험을 두고 있으며 이번 결정 역시 같은 원칙에 따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중단 판단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크래프톤은 알파테스트에서 어떤 지표가 내부 기준에 미달했는지, 지난해 12월 첫 테스트에서 확인된 반복 플레이 피로도와 전투 인지 등 문제가 두 번째 테스트에서도 해결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플레이어 경험을 중심으로 결정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블랙버짓 개발 기간 동안 누적 투입된 개발비와 인력, 최대 개발 인력 규모와 향후 인력 재배치 계획에 대해서도 "현재로서 공유드릴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4년 넘게 개발이 지속된 이유에 대해서는 개발 현황과 향후 방향을 지속적으로 검토한 뒤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또 크래프톤은 블라인드스팟과 관련해서도 이용자 수나 재방문율, 매칭 지표 등 구체적인 서비스 지속 기준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얼리 액세스로 이용자 피드백을 확인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방향성을 검토한 결과 서비스를 종료하고 재정비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매몰비용 감수한 품질관리"…조직 불확실성은 부담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블랙버짓 중단에 대해 "알파테스트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상당한 매몰비용을 감수한 선택"이라며 "(그럼에도) 품질 관리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대규모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추가 비용을 투입하기 전, 사업 가능성을 다시 판단하는 내부 선별 과정이 작동했을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전 교수는 이를 경영학에서 단계별로 다음 사업 단계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스테이지 게이트 키핑' 관점으로 설명했습니다. 일정 단계마다 품질과 사업성을 평가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걸러내는, 이른바 '내부 스크리닝'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 PUBG 브랜드에 미칠 영향까지 감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장기간 개발한 프로젝트 중단 반복이 조직 내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별개 문제입니다. 수년간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발자 입장에서는, 향후 신작에서도 장기간 개발한 결과물이 서비스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 및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교수도 "(개발자 입장에서는) 몇 년간 노력했는데 서비스도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상당한 투자를 거친 게임이 실제 출시까지 가지 않는 사례는 흔한 편은 아니다"라며 "다만 크래프톤 내부 상황을 외부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관건은 크래프톤이 강조해온 '작고 빠른 도전'과 선택과 집중이 향후 신작 개발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입니다. 이에 크래프톤 측은 "PUBG IP를 기반으로 새로운 게임과 경험을 모색하는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개발 과정에서 가능성을 검증한 뒤 선택과 집중을 이어가는 기조 역시 유지한다는 입장입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1일 PUBG IP 기반 익스트랙션 슈터 'PUBG: 블랙버짓' 개발을 중단했다. (이미지=크래프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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