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 기자] 앵커 : 양도성예금증서 CD 금리 조작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어제 증권사들을 조사한데 이어 오늘은 은행업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CD금리 담합 의혹과 조사 상황에 대해 김혜실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기자, 우선 어제 증권사 조사로 사건이 불거졌죠.
기자 : 영국의 은행간 단기금리인 리보 조작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들의 CD금리 담합 여부 조사에 나섰습니다. 어제 오전부터 공정위는 CD 금리를 고시하는 국내 10개 증권사 실무부서를 찾아가 컴퓨터를 압수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벌였습니다. CD 금리는 시중 7개 은행의 CD 발행금리를 10개 증권사가 평가하고 평균치를 내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CD 금리가 원하는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증권사들이 담합하지는 않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본 겁니다. CD금리는 은행에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때 기준이 되는 금리라 고객들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수칩니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하 이후에도 단기금리인 CD 금리가 떨어지거나 움직이지 않으면서 담합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앵커 : 오늘 은행권으로 불똥이 튀었다구요. 오늘은 어떻게 조사가 진행됐습니까.
기자 : 공정위는 오늘 오전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에 각각 2~3명의 조사관을 파견해 CD발행 금리 및 CD거래 내역 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등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사관들은 은행 자금부에서 실무자와 이야기를 나눴고 압수수색처럼 살벌한 분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정위가 증권사에 이어 하루만에 시중은행에까지 조사관을 급파한 것은 CD 금리 담합 의혹 조사를 금융권 전방위로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문제는 현재 기업대출의 56%, 가계대출의 23%가 CD금리에 연동돼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만큼 은행들이 담합을 했을 경우엔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가뜩이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CD금리가 내려가지 않아 대출자가 부당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CD금리 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금융권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 CD금리라는게 어떻게 결정이 되는건가요. 실제 담합이 가능합니까.
기자 : 금투협은 신용등급이 최상위인 시중은행 발행물 거래금리나 호가를 통보받은 뒤 평소 거래 실적이 많은 10개 증권사에 설문을 돌리는데요. 답변 자료를 취합해 결과치를 고시하는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매일 오전 11시30분과 오후 3시30분 사이 보고 대상 증권사 10곳의 호가 금리를 받아 최고·최저 값을 뺀 나머지 8개의 평균치를 CD금리로 고시하는 건데요.
문제는 증권사들이 금융투자협회에 통보하기에 앞서 사설 메신저 등을 통해 주고받는 호가가 많지 않고 거래 자체도 적다는 데서 발생합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CD 거래금액은 2조2500억원에 불과합니다. 같은 기간 전체 채권 거래금액 310조원에 비해 미미한 수준입니다. 공정위가 CD금리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배경에도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CD금리는 수개월 동안 전혀 변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1~2개 은행의 발행만으로도 금리가 급변동하는 사례가 많았던 겁니다.
앵커 : 이에 대해 조사를 받은 증권사와 은행들의 입장은 뭔가요. 우선 증권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구요.
기자 : 증권업계는 이번 공정위 조사가 궁극적으로 은행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밖에서부터 치고 들어가겠다는 전략이었다는 거죠. 어쨌든 이 과정에서 증권사만 당혹스럽게 된 게 사실입니다. 협조차원에서 서비스한 것에 불과한데 담합 오해받은 것 자체에 대해 실무자들의 불만 또한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단지 시장지표 꾸리는 데 있어 서비스 차원에서 고시한 게 전부다. CD금리 고시 자체가 성가신 일일뿐 이해관계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실익을 얻는 것도 없는데 담합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어제 오후 3시30분 호가 마감 무렵 해당사 10곳 중 1~2곳 증권사 고시가 약간 늦어졌습니다. 금리책정도 어느 정도 지체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업계가 보이콧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조사받는 상황이라 잠시 늦어진 것일 뿐 대대적인 보이콧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 그렇다면 은행들은 어떤 입장을 내놓고 있나요.
기자 : 은행들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은 단기자금 조달 차원에서 CD를 발행해 판매하는 매도자일뿐 CD의 호가나 금리를 결정하는 주체는 증권사라는 겁니다. 단기자금 조달 차원에서 은행이 CD를 발행하고 증권사가 매수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건데, 증권사들이 중간에서 호가나 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담합이라면 증권업계 쪽이라는 겁니다.
CD 시장에서 증권사는 참여만할 뿐 실제 CD 금리로 이익을 얻는 곳은 대출이자 수익을 챙기는 은행이라고 주장하는 증권업계의 의견과 상반되는거죠. 또 은행들은 최근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CD 발행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앵커 : 공정위의 이번 조사에 대해 금융당국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 저축은행 영업정지, 우리금융 매각 등 좀처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이번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통해 또 다시 추락하는 모습입니다. 이미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CD금리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금감원과 사전 협의없이 조사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CD금리의 장기간 고정화에 대해 공정위는 은행·증권 간 담합 가능성에 포인트를 두고 접근하는 데 반해 금융당국은 제도적인 문제점 해결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서는 CD금리를 고시하는 증권사들이 담합하거나 은행들이 조작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조사를 키우고 있어 불쾌한 심리를 드러내고 있는 상항입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동반성장 등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국내 기업들을 마음껏 주물러온 공정위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눈치를 보느라 아직 손 대보지 못한 금융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