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앵커: 지금까지 포럼 전반적인 분위기와 연사들 면면을 살펴봤는데요. 세션의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나요?
기자: 1세션에서 주로 다뤄진 내용은 100세 시대에 은퇴전략 현주소라고 볼수 잇을 텐데요. 특히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닐 커틀러 미국 고령화센터 사무총장은 가족 고령화라는 단어를 제시햇습니다.
가족의 연령 전체가 높아지는 가족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제는 60대도 자녀를 돌보는 한편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건데요. 실제로 미국의 경우 50세인 사람의 부모중 최소한 한쪽이 살아있는 경우는 지난 1940년대 52%에서 1990년대에는 80%까지 늘었습니다.
닐 커틀러는 이러한 현상이 '노년기 샌드위치 세대'를 만들어냈다고 보고 있는데요.과거의 경우 '샌드위치 세대'는 60대 부모를 부양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40대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였지만 이제는 60대들이 자녀와 부모 사이에 낀 '노년기 샌드위치 세대'가 됐다는 겁니다.
이밖에도 그는 '사회적 자산수명'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지금까지는 돈을 벌 수 있는 기간보다 지출하며 살아야 하는 기간이 더 길어져 왔다"며 "이 두 기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성공적인 노후를 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맞는 말이긴 한데 사실 우리나라 현실이 그렇지가 않은 거 같아요 특히 교육비 부담때문에 노후 걱정만 앞서지 준비는 못하고 있지 않나요 ?
기자: 네 맞습니다.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우리나라는 사실 노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현재 국민의 절반 이상이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퇴직연금에 가입한 수는 13%로 나타났으며 개인연금은 21%, 어떤 연금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19%로 집계됐는데요. OECD주요국의 퇴직연금 가입률이 30%를 넘어서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겁니다.
특히, 퇴직연금을 사업자금이나 자녀 교육, 결혼 등에 사용하고 있어 노후 대비가 절대적으로 취약하게 된건데요. 하지만 자녀에 대한 맹목적인 지원은 피해야 한다는게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노후준비를 위해서는 자녀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자산집중에 대한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고 나중에 부모가 나이들면 자녀가 부양하는 관계가 형성돼 왓지만 앞으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예상햇습니다.
부모 부양에 대한 자녀들의 이타심이 변화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1998년에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비중은 89%로 높앗찜나 2010년에는 36%로 급감했습니다.
류 연구원은 의식의 변화와 더불어 자녀성공을 위해 사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이 없어지도록 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정부의 자세도 매우 중요할 텐데 해외연사들은 어떤 의견들을 제시했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닐 하우는 밀레니엄 세대라는 용어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데요. 역사 경제 인구학자로서 고령화에 대해 수십년 동안 연구한 분입니다
이날 닐 하우는 기조연설에서 동아시아 신흥국 중 하나인 한국은 생산성과 삶의 질이 급속히 상승했지만 노년층과 젊은층의 빈부격차가 심하고,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단계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만큼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고 있다는 얘기죠.
때문에 닐 하우는 근로자들이 스스로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저축을 의무화해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홍콩과 호주는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은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사각시대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고 제도 보완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했구요 이밖에 퇴직금을 연금화 하는 방안, 유연성을 고려해 은퇴에 대한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정책적으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역시 노년층이 스스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앵커: 사실 정년연장 하면 좋겠지만 젊은 세대들은 달갑지 않을 텐데요.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여전히 정년 연장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각 계층마다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 포럼에서도 닐 하우와 달리 일본의 하타조지 푸르덴트 퇴직연금소 이사장은 정년 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요.
하타 이사장은 “노인들의 은퇴 후 삶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보험이 점점 올라가고 있어 공적연금 지급시기를 늦추기 위해 고용을 지켜야할 때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인들의 고용을 연장하면서 젊은층이 일자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일본은 60세에서 은퇴를 하지만 (공적연금 지급을 늦추기 위해) 이후 다시 고용하는 방법으로 정책을 취해왔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은퇴자의 73.6%가 계속 고용됐으며 24.6%는 경제적 여유 등이 있어 계속 일하지 않겠다며 은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은퇴자를 다시 받지 않는 비율이 1.8%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타 이사장은 “일본은 노인층의 고용이 연장되면서 파견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젊은층의 비정규직 비율이 많이 늘고 있다”며 “공적연금의 악화는 진행되고 있으며 완전한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구요.
지금의 노년층은 공적연금 및 의료혜택 등 정부의 완전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향후 젊은 세대는 이같은 혜택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하타 이사장은 “일본은 60세에서 은퇴를 하지만 (공적연금 지급을 늦추기 위해) 이후 다시 고용하는 방법으로 정책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앵커: 은퇴에 대해 걱정만 앞섰지 사실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하게 구체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의미잇는 포럼인 것 같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이번 포럼은 온라인 신청이 조기에 마감됐구요. 이후에도 현장 등록 문의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특히 교수와 자산관리사, 업계 관계자, 퇴직연금 실무진 등 참가자들의 면면을 봐도 열의를 느낄수 잇었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포럼에 대해 고령화 사회와 은퇴전략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은퇴와 고령화 이슈와 관련해 문제제기는 계속 돼 왔었는데요. 사실 이에 대한 전략이나 대안 등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이번 포럼에 대해 정책 입안자들이나 실무진들도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구요. 개인 입장에서도 구체적으로 은퇴전략을 준비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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