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앵커 :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이 대통령 몫의 매입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올 6월 검찰이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하자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고 결국 지난달 16일부터 특검 수사가 시작됐고 오늘 수사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최현진 기자. 오늘 특검의 수사결과 간단하게 요약해 주시죠.
기자 : 특검팀은 오늘 오전 10시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 대회의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검팀은 먼저 시형씨에 대해 "시형씨가 부지 매입 가격결정 과정에 관여한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며 부지매입 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다만, 특검팀은 시형씨가 매입자금 12억원을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이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각각 6억원씩 받아 충당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가족들로부터 받은 12억원을 ‘증여’라고 보고 국세청에 증여 과세자료를 통보했습니다.
특검팀은 또 시형씨가 사저 부지를 적정가격에 비해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매입 실무를 맡은 전 청와대 경호처 계약직원 김태환씨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특검 조사과정에서 청와대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경호처 직원 심모씨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 이명박 대통령이나 김윤옥 여사 등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했나요?
기자 : 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 내란 도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검은 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특검은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사저부지 명의를 시형씨로 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김윤옥 여사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에 대해서는 사저부지의 결정, 매매 계약 체결 등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앵커 : 검찰의 1차 수사에 비해 특검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 우선 검찰은 1차 조사 당시 시형씨가 부지매입대금 12억원을 확보하는 과정이 모두 시형씨의 주도로 이루어져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시형씨가 이 대통령의 큰 형 이상은 회장으로부터 받은 현금 6억원이 단순히 빌린 돈이 아니라 증여받은 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김윤옥 여사로부터 '시형씨에게 건넨 매입자금 6억원을 증여할 의사가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내 시형씨가 가족들로부터 받은 12억을 모두 '증여'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다만, 편법증여 의혹은 있지만 국세청이 세금포탈 등으로 고발하지 않으면 시형씨는 추가적인 조사를 받거나 기소되지는 않습니다. 국세청에서 세금포탈혐의로 시형씨를 고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그러나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들이 공모해 시형씨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검찰 수사단계에서 밝혀내지 못한 성과입니다.
특검팀은 시형씨와 이 회장 등 대통령의 가족들에 대해 대면조사 원칙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소환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시형씨를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방문조사를 실시하고 이상은 회장에 대해서도 지난 1일 소환조사를 실시해 성역없는 수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고, 경호처가 임의제출을 거부한 자료에 대해서는 강제수색을 시도한 점 등도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입니다.
앵커 : 하지만 한계도 뚜렷했는데요. 청와대 등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해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의혹들이 많아보입니다.
기자 : 앞서 말씀드렸듯이 특검은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는데요. 청와대는 특검의 경호처에 대한 직접 압수수색을 거부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특검이 신청한 보름간의 수사기간연장도 불허했습니다.
특검은 시형씨가 사저부지 매입과정에서 부담해야할 중개수수료 1100만원을 경호처가 대신 납부해줬다는 정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경호처가 회계장부를 내놓지 않아 결국1100만원의 출처를 밝히는 데 실패했습니다.
특검은 또 시형씨가 이 회장과 주고받은 차용증 컴퓨터 파일 원본을 확보하려 노력했으나 청와대 관저 내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차용증 진위여부를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조사 당시 시형씨의 진술서를 대필해준 청와대 행정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특검은 이 행정관의 신원과 대필을 해준 경위에 관련해서도 조사를 벌이려 했으나 대통령실의 비협조로 신원을 수사기관 종료 직전에 이르러 알게 돼 더 이상 의혹규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상은 회장이 시형씨에게 건넨 현금 6억원의 출처가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었는데요. 짧은 수사기간 탓에 출처를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 그렇군요. 청와대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특검의 수사결과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 네. 청와대는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특검이 내린 결론 일부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갖고 특검이 시형씨가 부지 매입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정적 의사만을 토대로 한 것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 수석은 또 "경호처는 사저와 경호 부지를 동시에 사들인 뒤 부지 가격을 배분하면서 국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면서 “특검이 취득 당시 감정가만을 토대로 배임 협의를 적용한 것은 일방적 법률 적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청와대가 특검팀의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컴퓨터에 보존돼 있지 않은 차용증 원본 파일 등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특검이 요구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다. 관계자들도 출석조사와 서면진술서 제출 등을 통해 최대한 협조했다"며 반박했습니다.
앵커 : 특검법 등 제도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특히 특검법이 태생적으로 잘못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학계는 조사 대상자인 대통령에게 수사기간연장 승인권을 주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인데요, 과거 예를 보면 대통령에게 수사기간 연장 승인권을 주지 않고 수사를 끊김 없이 진행한 예도 있습니다.
이번 특검팀도 이 사건과 같이 현직 대통령 일가와 청와대 고위공무원들이 연루된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을 30일 이내에 마치라는 것은 철저한 수사라는 입법목적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특검을 도입하는 이상 수사기간에 지나친 제한을 두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특별검사가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연장 요청을 하는 경우 연장사유를 보고하는 것으로 수사기간이 연장될 수 있도록 하되, 연장을 불허할 수 있는 예외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또 경호처에서 회계장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법에 보면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감독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혐의를 더 밝힐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연장신청 거부로 시간이 없었던 면도 있었는데, 학자들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집행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이에 대한 강력한 규제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