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먹튀' 론스타가 주는 교훈
2015-05-13 16:38:37 2015-05-13 16:38:37
론스타펀드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의 첫 심리가 이달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중재재판 결과는 내년 중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다시 한번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하자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6개 부처 관계자들로 대응 팀을 꾸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부동산업계에 대한 점검과 미래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는 없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제기한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고의로 지연시켜 론스타에 손해를 끼쳤는지, 둘째,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국세청에 납부한 양도소득세 3915억원이 적정한지 여부다.
 
론스타사건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하나금융지주에게 5조2000억원에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론스타의 주장은 2006년 KB금융지주, 2007년 싱가포르 DBS은행, HSBC은행에 지분을 팔려 했으나 매도자 적격성 논란으로 지연돼 지분값이 내려갔다는 것이다.
 
또 매각 당시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론스타에 지급하면서 양도가의 10%(4310억원)를 국세청이 부과한 것은 부당하고, 외환은행 실소유자인 론스타의 자회사 LSF-KEB홀딩스는 벨기에 국적으로 한국-벨기에 투자보정협정(BIT)에 따라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매각 승인 자체가 규제기관의 판단 문제며, 매각 승인 지연은 사법기관의 판결 등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 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론스타 자회사가 벨기에의 국적이기는 하나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의 경우 BIT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관련된 사건은 2001년 6월 론스타가 스타타워(현제 강남파이낸스센터)를 매입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론스타는 완공을 앞둔 스타타워를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약 6632억원에 사들였다. 매입 세 달 뒤 완공된 스타타워는 강남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다. 이후 론스타는 2004년 12월 싱가포르투자청(GIC)에 스타타워를 매각해 2450억원규모의 양도 차익을 얻었다. 하지만 양도소득세는 부과되지 않았다. 론스타 펀드는 스타타워 지분을 인수·처분하는 과정에서 부동산양도소득과 배당소득에 따른 한국의 과세를 피하고 낮은 제한세율을 적용 받기 위한 수단을 동원한다.
 
수익적 소유자 개념이 규정돼 있지 않거나(한-네덜란드 조세조약), 부동산 과다보유법인에 관한 원천지국 과세특례 규정이 없는 한-벨기에 조세조약 등 유리한 조세조약의 적용을 받기 위해 도관회사를 이용한 거래구조를 활용한 것이다. 론스타는 이 같은 행위로 '먹튀'로 불리지만 한국의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의 운용과 투자, 외국계 자본의 국내시장 진출과 M&A 등 선진 금융기법으로 낙후됐던 한국 자본시장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금융당국자는 물론 시장전문가들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각종 제도의 허점을 일깨워준 역할을 한 부분도 있다. 또 부동산시장에서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의 패러다임변화, 임대소득과 자산가치를 극대화 하는 관리방법, 부실채권처리를 위한 SPC(Special Purpose Company)와 AMC(Asset Management Company) 도입, 절세를 위한 국제조세협약 활용 등 다양한 선진기법을 보여줬다.
 
특히, 자산관리의 묘미를 선보였다. 당시 강남업무지역 빌딩에는 중심상업지역이나 여의도업무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세입자가 월세입자보다 많았다. 론스타는 이런점을 활용해 스타타워에 월세입자를 우선 유치하고, 지하 휴식공간을 식당으로 변경해 임대소득을 극대화 했다. 임대소득이 상승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건물의 자산가치가 급상승했다.
 
외환은행 매각, 양도소득세 부과, 스타타워빌딩 투자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외환은행 매각과정의 절차상 하자와 도덕적 해이 ▲거대 외국자본의 힘에 대한 인식 부족 ▲조세회피지역을 통한 절세전략에 대한 무지 ▲SPC와 AMC를 이용한 부동산 전략에 대한 무대책 ▲국가 피소에 대한 준비 부족 ▲국제적 관행 인식부족 ▲부동산서비스산업의 전문성 부족 노출 등이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모르지만 론스타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많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변화하는 부동산산업과 시장구조를 읽고, 미래를 설계하는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한-EU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따른 국가 간 전문직 서비스 분야 시장개방으로 국제적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앞으로 이어질 전문직 자격증 상호인정과 서비스 공급 등 논의에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 산업 분야 전문가와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박인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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