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상법 온다…벤처스타트업 볼멘소리도
이사·주주 충실 의무 도입
벤처업계 "취지 공감하지만 기업활동 위축 우려"
2025-08-05 16:04:46 2025-08-06 09:24:59
 
[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벤처·스타트업계는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상법 개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자칫 창업 환경과 기업 운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벤처업계는 상법 개정으로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고 소액주주의 권한이 강화되는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사에 대한 소송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가 부진 시 주주들의 소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결국 창업을 하더라도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창업을 선택하거나, 코스닥 상장을 기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일각에서 대다수의 벤처기업이 통과를 앞둔 상법 개정에 영향을 받는 규모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다른 벤처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해당 법에 포함되는 벤처기업이 아니더라도 시행령에 따라 포함되는 잠재적인 대상자"라며 "벤처기업은 코스닥 상장 후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법은 자본시장법보다 적용 범위가 넓어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벤처기업계는 과거에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져 벤처기업의 신사업 추진 등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지난 4월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기업 성과에 직결되는 벤처기업 특성상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략적 투자가 위축되고 사업 전반이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차 상법 개정, 주주 충실 의무 도입…스타트업계 "취지는 공감"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 회부된 2차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된 1차 상법 개정안의 보완 입법 조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1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 이내로 제한하는 '3%룰'을 포함했습니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주주의 충실 의무 도입을 위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도록 규정합니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주주 이익만 추구하고 소액주주 이익을 간과한다는 문제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이사를 선임 시 주식 1주당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특정 후보자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대규모 상장회사가 설치하는 감사위원회 위원 최소 인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입니다. 
 
스타트업계는 전반적으로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스타트업 규모가 다양한 만큼 향후 성장 과정에서 유니콘 기업 등 대기업화될 경우 경영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에서 공정함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상법 개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이사·주주의 충실 의무는 과거 재벌이나 특정 대기업 지배구조의 불합리성 때문에 만들어진 것으로, 스타트업계는 그 불합리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스타트업도 결국 유니콘 기업이나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어 경영권 악영향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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