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국내 1, 2위 철근업체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오는 8월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합니다. 현대제철은 이 기간 공장 대보수에 들어가고, 동국제강은 이번 달 범용 철근 제품(SD400)에 대한 제한 출하 조치도 시행합니다. 건설 경기 침체로 철근이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가운데 철근값을 정상화하기 위해 철강업계의 감산 움직임이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42일간 인천 철근공장 생산을 중단합니다. 앞서 충남 당진공장도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보수 작업에 돌입합니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에도 철근 감산을 위해 인천공장의 생산을 한 달간 중단한 바 있습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매년 실시하는 여름철 정기 보수의 일환”이라며 “이와 함께 공급 과잉에 대응하는 효과도 일부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동국제강 역시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단일 공장 기준 최대 규모인 인천공장 가동을 중단합니다. 이외에도 동국제강은 철근 가격이 톤당 78만원으로 상승하는 시점까지 제한 출하 조치를 시행하고, 이후 새 정책을 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SD500 등 특수 제품에 대해서는 출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철근 유통 가격은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현재 철근 유통 가격은 톤(t)당 73만원으로 손익분기점인 78만원을 한참 밑돌고 있습니다. 통상 5~6월은 건설 성수기이지만,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가격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철근 생산 1, 2위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며 가격 정상화를 노리는 모습입니다.
공급에 비해 수요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내 철강업계의 연간 철근 생산 능력은 1246만톤에 달하지만, 올해 수요는 673만톤에 불과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 제품의 경우 현재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감산과 출하 제한을 통해 시장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철강업계는 여름철 감산 조치와 함께 조직 개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자금 마련을 위해 굴삭기 부품인 무한궤도를 주로 생산하는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을 계획 중입니다. 봉형강 사업본부와 판재 사업본부로 구성된 사업 체제를 생산본부로 통합하고, 영업본부를 신설해 각 본부에 흩어진 영업 기능을 모았습니다. 이는 제품별로 파편화된 사업본부를 합쳐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판매에 초점을 맞춘 영업 부분을 고객사 서비스 중심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공장의 가동률을 계속 낮춰왔지만,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감산 등 수급 조절 기조는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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