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재명정부가 지난 한 달간 숨 가쁘게 발표한 인선의 키워드는 '능력'입니다. 계파 혹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역량 중심의 인사를 보여줬다는 것이 정치권 중론입니다. 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을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이 관료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을 요직에 발탁한 점도 전문성에 무게를 둔 선택입니다.
계파 대신 '역량'…여야 넘나드는 인선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은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제외한 17개 부처 장관의 인선을 마무리하며 이재명정부 초대 내각이 진용을 갖췄습니다. 물론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봐야 내각의 윤곽이 명확해집니다.
이재명정부의 인선 특징은 계파에 치우치기보다 역량을 갖춘 인사를 발탁했다는 점입니다. 계파뿐만 아니라 진보와 보수 진영 인사를 골고를 배치해 통합 메시지도 내포했습니다.
'비명계(비이재명계)' 대표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장관급)으로 위촉한 점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김 지방시대위원장은 지난 대선을 치르기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맞붙었던 인물입니다. 경선 이후 '원팀'을 강조하며 이재명 캠프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지방 균형 발전을 강조하며 '5대 권역 메가시티'와 '행정수도 세종 이전'을 공약했던 점이 균형발전을 이끌어갈 지방시대위원장 위촉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입니다.
보수 진영 인사도 대거 등용했습니다. 국가보훈부 장관으로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을 내정했고, 윤석열정부 인사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유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권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 지역 최연소 도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15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경북 안동에서 당선됐고, 16대·17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지난 대선 이재명 캠프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대구·경북(TK) 지역 선거운동에 나섰습니다. 권 후보자는 지난달 25일 첫 출근길 취재진과 만나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에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며 통합 의지를 보였습니다.
송 장관과 오 처장의 유임 또한 역량을 우선한 결과입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달 23일 인선 브리핑 당시 송 장관 유임, 권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재명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추가 인선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9일 오 처장에 대해서는 "산업계와 학계, 관가 등을 두루 거친 전문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인사 기조는 용산 대통령실에도 똑같이 적용됐습니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임명된 강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이에 해당합니다. 계파 색이 옅은 '전략통'으로 꼽히는 강 비서실장은 지난 2022년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당권을 두고 이 대통령, 박용진 전 의원과 경쟁한 바 있습니다. 우 정무수석은 한때 비명계로 분류됐으나 여야를 아우르는 인물로 여겨집니다. 최근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 멤버를 만나는 등 통합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료보단 '기업인…'산업 육성' 의지
이재명정부 인선의 또 다른 기조는 기업인 발탁입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약속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진짜 성장'을 외치며 기업 활동을 독려하는 모습인데요. 기업인 인선 배경에는 이런 점이 깔려 있습니다.
앞서 새로 신설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임명한 데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명하는 인사를 단행했죠.
하 AI미래기획수석은 네이버에서 AI 조직을 이끌며 AI 선행 기술을 총괄한 딥러닝(Deep Learning) 전문가입니다. 3대 AI 연구학회인 ICLR 등 글로벌 학회에서 100개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며 네이버의 AI 연구 영향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처럼 풍부한 실무 경험이 대통령실 인선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배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삼성탈레스와 SK텔레콤 미래기술원을 거쳐 LG그룹에서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선도한 인물입니다.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개발한 '일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이 'AI 3대 강국'을 천명했던 만큼 AI 전문가들을 통해 관련 산업을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기업인인 김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국내 최대 원전 설비 제조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마케팅 부문장 사장을 역임하며 원자력 발전 수주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원전 산업 부흥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확대됐습니다. 원전은 AI 시대 실현에 필수적인 전기 공급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정보기술(IT) 분야 여성 리더로 꼽히는 한 중기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017년 여성 최초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5년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했습니다. IT 전문성을 살려 중소벤처기업 육성 전략에 새로움을 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정부는 이념보다 실용성과 국정 안정이라는 가치 아래 인사와 정책의 틀을 짜고 있다"며 "일부 인선에 대한 반발이 있지만 능력과 통합을 중요시하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 뉴시스 제공)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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