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국내 연구진 3분 만에 질병 진단 가능한 나노자임 개발
KAIST, 서울대, 가천대 공동연구진 루테늄 기반 3차원 '효소 모방 촉매' 개발
2025-07-31 10:19:42 2025-07-31 14:08:24
이번에 만들어진 루테늄 기반 단일 원자 나노자임은 이러한 간섭이 제거돼 산화효소와의 연계 반응을 통해 바이오마커를 직접 검출할 수 있기 때문에 버퍼 교체와 같은 번거로운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미지=KAIST)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급성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만성 질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환자 가까이에서 신속하게 진단하는 '현장 진단(Point-of-Care, POCT)'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POCT 기술의 핵심은 특정 물질을 정확히 감지하고 반응하는 '효소'에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자연 효소'는 고비용과 안정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효소 모방 촉매(nanozyme)'는 비용과 안정성 면에서는 자연 효소보다 낫지만, 특정 반응만을 수행하는 반응 선택성(selectivity)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기존 효소 모방 촉매보다 38배 이상 향상된 선택성을 구현하고, 단 3분 만에 육안으로 진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고감도 센서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 연구팀, 서울대학교 한정우 교수, 가천대학교 김문일 교수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과산화효소 반응만을 선택적으로 수행하면서도 높은 반응 효율을 유지하는 새로운 단일 원자 촉매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루테늄 기반 독창적 촉매 구조 설계
 
혈액, 소변, 타액 등 체액을 이용해 병원 밖에서도 몇 분 만에 판독할 수 있는 진단 플랫폼으로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이고, 치료의 시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 POCT 기술의 핵심은 효소를 이용해 질병 진단 물질인 바이오마커를 색 변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자연 효소를 이용할 경우, 가격이 높고 진단 환경에서 쉽게 불안정해져 보관 및 유통의 한계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무기 소재인 '효소 모방 촉매(nanozyme)'가 개발됐습니다. 단일 원자 나노자임(SAzyme)은 금속 원자가 탄소나 질소 기반 지지체 위에 단일 활성점으로 자리잡고 있어, 효소처럼 작동합니다.
특히 철을 기반으로 질소 리간드(FeN₄) 구조를 가진 형태는 과산화효소(POD, peroxidase) 활성을 나타내며 반응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상온이나 중성 pH 환경에서는 활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반응 중 POD 기능뿐만 아니라 카탈라아제(catalase) 기능도 함께 나타나 정확한 생체 분석에 혼선을 초래하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촉매의 반응 선택성을 원자 수준에서 제어하기 위해, 백금족에 속하는 루테늄(Ru)을 중심 금속으로 사용하고, 질소와 탄소로 이루어진 구조체 위에 염소(Cl) 리간드가 평면이 아닌 3차원 방향으로 붙어있는 루테늄 기반 단일 원자 나노자임(RuNC_Cl)을 설계했습니다. 이 독특한 구조는 기존 2차원 평면보다 입체적인 제어가 가능합니다. 
 
복잡한 장비 없이 3분 안에 육안으로 바이오마커 식별
 
실험 결과,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기존 효소 모방 촉매보다 과산화수소 농도에 따른 반응 민감도와 속도가 뛰어났습니다. 특히 인간 체액의 조건에 가까운 환경(pH 6.0)에서도 반응 선택성과 활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실제 진단 환경에 적용 가능성도 입증되었습니다. 
 
연구팀은 개발한 촉매에 산화효소를 담아 종이 센서에 적용한 산화효소-효소 모방 촉매 연계 반응을 통해,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바이오마커에 해당하는 '포도당, 유산염(lactate), 콜레스테롤, 콜린' 등 4종의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진단 시스템을 구현했습니다. 다양한 질병 진단에 적용이 가능한 이 플랫폼은 별도의 pH 조절이나 복잡한 장비 없이도 3분 이내에 색 변화를 통해 육안으로 결과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철 기반 단일 원자 나노자임(Fe-SAzyme)의 약점이던 pH 의존성과 반응 혼합 문제를 해결했으며, 체외 진단키트에 사용되는 POD라는 단일 기능만 실행하도록 설계된 안정성 높은 나노촉매를 구현했습니다. 아울러 초미세 유체(microfluidics) 장치와의 결합을 통해 실용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정밀한 바이오 센서, 진단 기술, 환경분석, 웨어러블 장치 등에서 향후 핵심 기술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KAIST 이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일 원자 촉매의 반응 선택성을 원자 구조 설계를 통해 제어함으로써, 효소 수준의 선택성과 반응성을 동시에 구현한 사례로 의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러한 구조-기능 관계 기반의 촉매 설계 전략은 향후 다양한 금속 기반 촉매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선택성 제어가 중요한 다양한 반응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실험 조건'에서 루테늄 기반 단일 원자 나노자임(RuNC_Cl)의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앞으로 실제 인체 샘플을 대상으로 성능을 검증한 다음, 다양한 금속과 리간드를 조합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맞춤형 나노자임 설계하고, 다양한 상용 진단키트 개발과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KAIST 박선혜, 최대은, 서울대 심규인, 가천대 푸옹 티 누엔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습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원안), 박선혜 박사과정, 최대은 박사과정. (사진=KAIST)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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