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상호관세 '15%'…FTA '붕괴'
GDP 대비 20% 수준 '대미 투자'…시기·방법 '불투명'
"타국과 동등한 수준 마련"…자동차서 이미 2.5%p 손해
2025-07-31 17:42:16 2025-07-31 19:30:0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를 이틀 앞둔 30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이 15% 관세 협상에 합의했습니다. 다만 해당 협상은 우리의 수출에만 적용되는 수치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그대로 0%입니다. 결국 이번 협상으로 한·미 FTA는 사실상 '붕괴'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관세 협상으로 한국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단적인 예로 한·미 FTA에 따라 0%의 관세였던 자동차 산업의 경우 2.5% 관세를 부과하던 일본·유럽연합(EU)과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되면서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6차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완전한 무역 차별"…정부도 "아쉽다"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한·미 관세 협상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전략 다듬기를 반복한 끝에 오늘 드디어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을 위해 30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펀드를 구성해 미국에 투자하고, 1000억달러(162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대미 투자 금액만 따져도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20%가 넘는 금액입니다. 일본과 EU가 각각 5500억달러(약 894조원)와 6000억달러(약 974조원)의 투자 규모를 밝힌 것과 비교할 때 낮은 금액으로 보이지만, 우리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높은 수준의 지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투자 규모는 GDP 대비 14%입니다. 
 
게다가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15%의 관세를 감수하는 반면, 미국은 기존의 FTA대로 0%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는데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미국이 한국에 8월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 관세 25%는 15%로 낮아진다"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15%가 선방이라고들 하지만, 품목 관세까지 고려하면 더 높은 수치"라며 "완전한 무역 차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김 실장도 "일련의 협상들을 보면 각 나라의 WTO(세계무역기구)나 FTA라는 체제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가 되고 있다"며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협상단으로 참여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대미 통상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우리한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FTA 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FTA의 붕괴가 한국 경제의 타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한국 경제는 GDP의 44%를 수출로 충당하고 있는 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고 하지만 일본은 수출 비중이 22%입니다. 여기에 미국은 지난해 한국의 수출 시장 중 두 번째이자 전체의 18.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과의 무역에서 660억달러(약 9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0%에서 15%로 확대한 관세의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인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격 경쟁력 '약화' 불가피…산업 공동화 우려도 
 
이번 관세 협상으로 인한 타격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산업은 자동차 분야입니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전 미국으로부터 일본과 같은 2.5%의 관세율을 부과받을 당시 한·일 간 대미 수출액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37조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한·미 FTA에 따라 2016년부터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가 0%로 줄어들면서 양국의 차이는 20억달러(약 3조2000억원) 수준으로 좁혀졌습니다. 
 
관세가 각국에 상대적인 만큼 1%포인트 차이가 매우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건데요. 이번 협상으로 인해 일본·EU와 한국의 차이는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날 발표된 자동차 관세는 15%입니다. 이미 2.5%를 부과하고 있던 일본·EU와 같은 수치가 된 겁니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우리는 FTA 체결국으로서 0% 관세 유지를 원칙으로 12.5%를 끝까지 요구했지만, 미국은 모든 FTA 대상국에 15%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일본과 EU에 비해 2.5%의 자동차 관세를 추가로 부여받은 셈입니다. 
 
자동차뿐만이 아닙니다. 일본과 EU는 기계류와 비철금속 등에서 각각 1%~5.57% 사이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FTA로 0%의 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15% 관세 적용에 따라 일본·EU보다 더 큰 부담을 지게 된 실정입니다. 
 
관세 인하를 견인한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가 되레 역풍이 될 여지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한·미 관세 협상을 보면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에 대한 이행 방식과 기간, 비용 분담 구조 및 산업별 균형 등의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1500억달러 상당의 조선업 투자를 제외하고 2000억달러 투자만 보더라도 상당히 큰 금액이지만 한국 경제가 이를 이행할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붙습니다. 
 
특히 대규모 대미 투자는 국내 투자 약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결과적으로는 '산업 공동화'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이와 관련해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는 "조선업을 뺀 금액도 상당히 큰데, 이 돈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며 "충격 완화를 위한 향후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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