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산재사고에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 면허 취소’까지 언급했습니다. 말 그대로 회사를 없애겠단 겁니다. 그러나 노동계에선 현실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최악의 건설 경기 상황에서 사업장만 100여곳인 포스코이앤씨가 문을 닫으면 하청업체들과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기 때문입니다. 노동계에선 근본 대책을 촉구합니다. 안전 문제와 부실공사의 원인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는 겁니다.
민병덕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6일 경기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광명고속도로 공사 사고 현장을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스코이앤씨는 7일 전국 건설 현장 103곳의 공사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일 포스코이앤씨의 반복된 산재 사망사고를 지적하며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할 것”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의 일입니다.
포스코이앤씨 사업장에선 올해만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사고는 △1월16일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 △4월11일 광명 신안산선 현장 붕괴사 △4월21일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 △7월28일 의령 고속도로 공사 현장 끼임사 등입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이 회사에서 벌어진 산재 사망사고는 모두 8건입니다.
이 대통령은 의령 끼임사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를 겨냥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강력한 질책에도 지난 4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광명~서울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선 또 산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미얀마 국적의 31세 청년은 지하차도에 설치된 양수기 이물질을 제거를 위해 벨트를 체결하려 진입하던 중 쓰러진 겁니다. 그는 의식 불명으로 병원에 실려가 현재 치료 중입니다.
이 대통령이 건설 면허 취소 등을 언급한 건 극약처방을 통해서라도 산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러나 사실 정부가 취할 제재 수단은 많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우선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등록 말소’ 요건은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된 건 없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요건은 “고의나 과실로 부실 시공해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인데, 붕괴 사고가 아닌 산재 사고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면허를 취소해 등록을 말소 권한은 건설사가 등록된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처분 요청을 한다고 해도, 포스코이앤씨 관할지인 경상북도가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건설 면허 취소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등록 말소된 건설사는 1994년 32명이 사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시공사였던 동아건설이 유일합니다. 2022년 노동자 6명이 사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도 영업정지 1년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사상 최악의 건설 경기도 건설 면허 취소에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이도현 건설법률원 변호사는 “포스코이앤씨 사업장 1곳당 하도급업체가 20여개씩은 있을 텐데, 면허가 취소되면 2000개 회사들이 갈 데가 없어진다”며 “개별 산재사고에 대해 형사처벌이 이뤄질지언정 정부가 나설 수 있는 제재 방안은 딱히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의 사이다 발언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옵니다. 건설업계 고질병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야 산재가 줄어든다는 지적입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산재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알겠지만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며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산재 사고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당장 폭염 대책만 해도 원청에서 오후엔 작업하지 말라고 공문을 현장으로 보내도 현장에선 작업이 계속된다”며 “물량을 맞춰야 이익이 떨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재 사고가 일어나면 당장은 시끄럽지만 이후 근본적 대책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었느냐”라며 “포스코이앤씨가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고 전문 건설업자를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하지 않는 이상 어떤 대책도 '모래 위 집 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다행히 정부도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인식하는 모양새입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이엔씨 산재 사고와 관련 “대통령께서 ‘현행법상 1차 하청까지만 가능한데 왜 하청에 재하청이 이뤄지느냐. 지키지 못할 법이면 없애는 등 근본적으로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하셨다”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이 대통령이 지시한 ‘건설 면허 취소 검토’에 대해서도 “국토부 등 관계 부처와 협업해 대통령 지시 사항을 이행할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국토부도 지난달 말부터 포스코이앤씨의 전국 건설 현장 100여곳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시작했다고 이날 발표했습니다. 안전관리와 불법 하도급 여부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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