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전·현직 정권의 핵심 인물 두 명이 극명하게 엇갈린 운명을 맞고 있습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11일 광복절 특별사면 여부가 결정되고, 김건희씨는 12일 구속을 결정하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입니다.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7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조 전 대표를 사면·복권 후보자 명단에 올렸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김건희특검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조국 전 대표, 당시 검찰총장으로 조 전 대표 의혹을 수사했던 윤석열씨, 윤씨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정권교체기마다 상반된 궤적을 그려왔습니다. 그런 인물들의 운명이 다음주 결정되는 겁니다.
윤석열씨(당시 신임 검찰총장)가 지난 2019년 7월25일 청와대 본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시작을 기다리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씨의 부인 김건희씨. (사진=뉴시스)
김건희특검, 김건희 소환조사 직후 구속영장 청구
김건희특검은 지난 7일 김건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앞서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지 하루 만입니다. 김씨에게 관한 각종 혐의를 수사하는 김건희특검이 출범한 때로부터 따지면 36일 만입니다.
김건희특검법에 명시된 수사대상은 16개에 달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전시 협찬 기업들로부터 뇌물성 협찬을 받은 의혹 △명품 가방·보석 등 금품 수수 의혹 △대통령실 이전과 국가사업 부당 개입 의혹 △건진법사를 통한 청탁 의혹과 명태균씨가 관여된 공천 개입 의혹 등입니다.
결국 김씨는 지난 6일 역대 대통령 배우자가 가운데 사상 최초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됐습니다. 김씨는 당일 휴식과 조서 열람을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지만,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튿날 특검은 김씨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을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신병 확보 후 추가 조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김씨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신속한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걸로 보입니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12일 오전 10시1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됩니다.
현재 김씨의 배우자 윤씨는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 법원이 김씨에게도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불명예기록을 쓰게 됩니다.
조국, 윤석열 땐 '실형'…이재명정부선 사면·복권
조국 전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고, 현재는 서울남부교도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기인 2019년 말 기소된 이후 4년간의 재판 끝에 윤석열정부에서 실형을 받은 겁니다.
조 전 대표의 형기 만료는 2026년 12월로 예정됐습니다. 그러나 7일 법무부는 7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조 전 대표를 사면·복권 후보자 명단에 포함시켰습니다.
11일 국무회의에서 사면안이 최종 확정되면, 조 전 대표는 9개월 만에 석방됩니다. 정치활동도 재개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사면을 건의하는 등 여권 내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전 대표는 사면 이후 곧바로 조국혁신당 대표에 복귀할 전망입니다. 현재 당은 김선민 권한대행 체제인데, 빠른 시일 내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조 전 대표를 다시 당대표로 추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조 전 대표의 광복절 특사 명단 포함을 둘러싸고는 정치권에서 상반된 시각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의 표적 수사로 희생된 인물을 구제하는 조치"라고 평가합니다. 반면 야권은 "정치적 논란이 큰 인물의 사면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최강욱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조 전 대표 관련 인물들, 친여권 인사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조 전 대표는 사면이 확정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는 문재인정부에서 윤석열정부로 정권이 바뀐 후 22대 총선을 노리고 조국혁신당을 창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조 전 대표는 창당선언식 때부터 "검찰독재정권을 종식하겠다"며 "(윤석열의 남은 임기)3년은 너무 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조 전 대표가 자유의 몸이 되면 내년 지방선거 때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편, 윤석열씨의 내란수괴·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 13차 공판은 오는 11일 열립니다. 윤씨는 지난달 10일 재구속된 이후 건강을 이유로 특검의 소환 조사와 체포영장 집행에 모두 불응하고, 내란혐의 공판에도 줄곧 불축석하고 있습니다.
윤씨는 13차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판부는 강제구인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