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이번 주 국내 증시는 뚜렷한 상승 모멘텀 없이 관망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국 물가 지표와 관세 이슈 그리고 정책 관련 일정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8월4~8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90.60포인트(2.90%) 상승한 3210.01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주 초반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로 코스피는 8월1일 하루에만 3.88% 급락했고 주간 기준으로도 56.3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여당이 세제안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낙폭 일부를 회복했습니다. 미용·여행·카지노 등 중국 소비 관련 업종이 무비자 입국 기대감에 상승했고
삼성전자(005930)가 애플 차세대 칩 수주 소식에 힘입어 반도체 업종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번 주 코스피는 외부 변수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단기 등락 범위를 3100~3300포인트로 전망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반등의 동력이었던 금리 인하 기대는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태"라며 "당분간은 통화정책 관련 이슈에 따라 지수가 등락하는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당장 지수를 밀어낼 악재는 크지 않지만 직전 고점인 3288포인트를 상회할 만큼의 강한 재료도 부족하다"며 박스권 흐름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12일), 생산자물가지수(PPI·14일), 소매판매(15일)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경민 연구원은 "7월 CPI는 전월 대비 반등이 예상되며, 9월 금리 인하 기대는 이미 시장에 90% 이상 반영돼 있다"며 "만약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기대가 후퇴하면서 증시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중 관세 이슈도 다시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양국은 지난 7월 말 회담에서 상호 관세 유예 연장을 논의했으나, 아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발표가 나오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이 마무리된 이후 시장의 관심은 다시 매크로 변수로 이동하고 있다"며 "관세, 금리, 물가 등 대외 이슈에 따라 종목별로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관세에 대해서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해당 품목은 미국 내 생산 계획을 가진 기업이 많고, 관세 부과가 반복적으로 예고되며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점에서입니다. 오히려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면 불확실성 해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테슬라, 애플 등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확보한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바이오 부문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기로 하면서 관세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증시에는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책 측면에서도 일정이 집중돼 있는 만큼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전망입니다. 2분기 실적 시즌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정부의 경제성장 전략 발표와 8월 하순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세제 개편, 2차 상법 개정안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책이나 실적 기반의 모멘텀에 따라 종목별로 차별화되는 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업종별 실적 개선과 정책 기대를 바탕으로 한 순환매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추격 매수보다는 실적 대비 저평가되거나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이경민 연구원은 "최근 강세를 보인 종목에 대한 추격 매수보다는 실적 대비 저평가된 종목이나 정책 모멘텀이 기대되는 업종에 분산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건강관리, 반도체, 소프트웨어, 이차전지 소재, 철강, 소매·유통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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