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도 '양극화'…영세할수록 '안전 사각지대'
2025년 2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발표
올 상반기에만 287명 산재 사망
소규모 사업장 176명…대규모 사업장 111명 사망
2025-08-21 18:16:50 2025-08-21 19:10:20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가 28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50인(억)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30명 감소했으나, 50인(억) 미만 영세 사업장 사망자는 21명이나 증가해 산재 사망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재 사망의 '양극화' 원인으로 영세 사업장의 안전 시설과 관리 역량이 부족하고 안전 인식도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5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 24%↑
 
고용노동부가 21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2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6명)보다 9명(3.0%) 감소했습니다. 다만 사망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266건에서 278건으로 12건(4.5%) 증가했습니다. 
 
규모별로는 상시 노동자 50인(건설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의 올해 6월까지 사망자가 176명으로 작년과 비교해 21명(13.5%), 사망사고 건수는 176건으로 24건(15.8%) 각각 늘었습니다. 특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망자 수가 17명(23.9%)이나 늘었습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업 안전뿐만 아니라 노동환경도 가장 영세하고 취약한 곳이라 재해 예방 재정 지원 등이 가장 필요한 곳"이라며 "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해 클린사업장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자체 협업을 통한 현장 기술 지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채용으로 소규모 사업장 안전 지도 강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사망자가 111명 발생해 지난해보다 30명(21.3%) 줄었습니다. 사망사고 건수도 102건으로 12건(10.5%)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6월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공장(50인 이상 사업체)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총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기저효과에 따른 것입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는 산재 사망자가 67명으로 작년(95명)보다 28명(29.5%) 감소했다. 역시 지난해 아리셀 참사 영향에 따라 감소 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기타 업종에서도 산재 사망자가 작년 71명에서 올해 82명으로 11명(15.5%) 증가했습니다. 폐기물 처리 사업 및 아파트 시설관리업 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보건 개선 역량이 부족해 산재 사망자가 늘었습니다. 
 
반면 건설업 산재 사망자는 138명으로 작년(130명)에 비해 8명(6.2%) 늘었습니다. 올해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며 6명이 숨지고, 같은 달 25일 경기 안성의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 상판 구조물 붕괴 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는 등 대형 사고가 이어진 탓입니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 129명, 부딪힘 28명으로 작년 대비 각각 20명, 7명 증가했습니다. 물체에 맞음은 39명, 끼임은 27명으로 작년에 비해 각각 1명, 14명 감소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별로는 경기(60명), 경북(33명), 서울(31명), 경남(29명), 전남(19명) 등 순으로 산재 사망자가 많았습니다. 
 
올해 상반기 산재 사망자 중 외국인은 38명(13.2%)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외국인 산재 사망자는 매년 10%대 비율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산재 위험이 높은 건설 현장이나 소규모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 교육·장비 결국 '비용'…정부, 9월 종합 대책 발표
 
전문가들은 비교적 소규모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의 원인으로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안전 환경을 꼽았습니다. 산업 안전 교육부터 시설 마련, 장비 구입까지 '비용'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영세 사업장이 안전 환경 확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영세 사업장이 자체적으로 안전 환경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지역 단위 차원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산업 안전 교육 및 장비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전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로 꼽힙니다. 이명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소규모 사업장 수가 훨씬 더 많기에 개별 사업장 단위로 보면 재해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산재 예방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산재에 취약한 고령 노동자가 다수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점도 사고 발생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박종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일 한국노동연구원 <월간노동리뷰> 7월호에 수록한 '산재 예방 중장기 전략과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산재 사고 사망자 중 55세 이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4.2%이며 60세 이상으로 좁혀도 45.8%입니다. 박 연구위원은 "고령자들의 신체 능력이 저하되는데 기존 위험 작업들을 계속 담당하고, 열악한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 다수가 일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재 문제도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고용부는 외국인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 입국 단계부터 사업장 배치 시점까지 안전 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한국어로만 운영 중인 '중대재해 사이렌'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다국어로 확대 운영할 계획입니다. 
 
고용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사고 위험성이 높은 2만6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12대 핵심 안전 수칙 전파 등 안전 중시 분위기를 조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9월 중 관계 부처 협의와 노사 의견을 수렴을 거쳐 '노동 안전 종합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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