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로봇, 말랑말랑한 물체도 능숙하게 다룬다
KAIST 연구진, 암시적 신경 표현 기반 조작 기술 'INR-DOM' 개발
2025-08-25 09:49:27 2025-08-25 14:08:34
INR-DOM의 조작 능력을 보여주는 세 가지 과제 시연. (사진=KAIST)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로봇은 이제 공장에서 금속 부품을 조립하는 역할을 넘어, 우리의 부엌과 병원 그리고 일상 속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고무줄, 전선, 의류처럼 탄성이 있고 쉽게 변형되는 물체를 자유롭게 다루는 일입니다. 
 
금속 부품 같은 딱딱한 물체의 경우, 로봇은 위치와 무게 중심만 알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집어 옮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무줄을 잡으면 잡는 위치나 힘의 크기에 따라 늘어나는 정도가 제각각이며, 전선도 휘어지는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탄성 변형체는 무수히 많은 비선형적인 움직임을 보여, 로봇이 이를 인식하고 제어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KAIST 연구진, 불완전한 정보로도 정밀 조작 가능한 기술개발
 
KAIST 전산학부 박대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시적 신경 표현(Implicit Neural Representation, INR)을 적용한 새로운 인공지능 기반 로봇 기술인 ‘INR-DOM(Implicit Neural Representation for Deformable Object Manipulation)’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로봇이 불완전한 시각 정보만으로도 변형 물체의 전체 상태를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케이블과 전선 조립, 고무 O링 설치, 의류 정리, 포장 등 다양한 산업·서비스 분야의 지능형 자동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INR 기법은 물체의 형상을 수많은 격자나 점으로 직접 계산하지 않고, 연속적인 함수 공간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방법과 차별화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SDF(Signed Distance Function)를 활용했는데, 이는 한 점이 물체 표면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양수·음수·0의 값으로 매끄럽게 나타냅니다. 이것을 학습하면 로봇은 3차원 표면을 점으로 표현한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처럼 불완전한 관찰 정보만으로도 물체의 전체 형상을 정확히 복원할 수 있습니다. 
 
INR-DOM은 2단계 학습 과정을 거칩니다. 첫 번째는 형상 복원 사전 학습입니다. 인코더는 부분적으로 관찰된 포인트 클라우드를 잠재 벡터로 압축하고, 디코더는 이를 바탕으로 SDF로 물체 전체 형상을 재구성합니다. 
 
두 번째는 강화 학습 기반 미세조정(fine-tuning) 단계입니다. 로봇이 물체를 잡아당기거나 누르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을 이어가며, 물체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실제 조작에 더 적합하게 조율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로봇은 단순히 물체의 형상을 복원하는 데서 더 나아가 실제 작업 수행 능력을 얻게 됩니다. 
 
성능 검증에서 탁월한 성공률 보여
 
연구진은 INR-DOM의 성능을 시뮬레이션과 실제 로봇 실험을 통해 입증했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고무링을 홈에 끼우는 작업(sealing) ▲O링을 부품에 설치하는 작업(installation) ▲꼬인 고무줄을 풀어내는 작업(disentanglement) 등 세 가지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INR-DOM은 기존 최고 성능을 기록한 기술들보다 월등히 높은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가장 어려운 꼬임 풀기 과제에서 75%의 성공률을 기록해, 기존 기법(ACID, 26%)보다 약 49%포인트 높은 성과를 냈습니다. 
 
실제 환경에서도 로봇 팔을 이용해 동일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끼우기·걸기·풀기 작업을 90% 이상 성공률로 수행했습니다. 특히 시각적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이중 꼬임 풀기 과제에서도 기존 이미지 기반 강화 학습보다 약 25% 높은 성능을 기록해, 시각적 모호성에도 강인한 조작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응용 범위 매우 넓어
 
이 기술은 주방에서는 부드러운 채소나 반죽을 다루고, 가정에서는 빨래를 접으며, 병원에서는 인체 연조직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수술 보조 작업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섬유·고무·플라스틱 제조업, 식품산업, 나아가 우주 탐사에서 낯선 재료를 다루는 상황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1 저자인 송민석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로봇이 불완전한 정보만으로도 변형 물체의 전체 모습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조작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제조, 물류,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과 협력하거나 인간 대신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실제 물체의 성질은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센서 정보에는 잡음이 섞이며, 로봇의 작업 환경은 매번 다르기 때문입니다. INR-DOM을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로봇이 ‘딱딱한 세계’를 넘어 ‘말랑말랑한 세계’로 들어가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로봇공학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대회 중 하나인 '로보틱스: 사이언스 앤 시스템즈(Robotics: Science and Systems, RSS) 2025'에서 발표되어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논문 링크: https://arxiv.org/html/2505.00500v1
 
(왼쪽부터) 고무줄을 능숙하게 다루는 로봇 기술을 개발한 KAIST 전산학부 송민석, 석사과정과 박대형 교수. (사진=KAIST)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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