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AI가 역사학자를 대체하게 될까?
AI는 도구일 뿐, 시대를 해석하는 통찰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몫
2025-08-29 09:42:05 2025-08-29 14:16:52
AI는 역사학자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도구이다. (이미지=챗GPT)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는 AI의 직업 영향력을 다룬 대규모 연구 논문 “AI 활용: 생성 AI의 직업적 영향 측정(Working with AI: Measuring the Occupational Implications of Generative AI)”을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20만건이 넘는 빙 코파일럿(Bing Copilot) 대화 데이터를 분석하여 직업별 업무 활동을 나누고, 여기에 생성형 AI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를 정량화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역사학자(Historians)라는 직군이, 통역사와 번역가 다음으로 AI 적합성 점수 2위를 기록한 것입니다. 단순히 법률 사무원이나 언론인과 같은 직업보다도 AI가 더 쉽게 개입할 수 있다는 결과였습니다. 이 수치가 공개되자, 언론은 “역사학자라는 직업이 AI에 가장 취약하다”는 식의 제목을 뽑아내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연구 보고서는 이 점수가 직업 전체의 대체 가능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AI는 주어진 작업 일부, 특히 정보 수집·문헌 요약· 간단한 보고서 초안 작성 같은 단순한 부분에서만 강점을 보였습니다. 반면 직업의 핵심 영역, 즉 맥락적 해석과 종합적 판단은 여전히 인간이 담당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의 시선: “AI, 우리를 대체하지 못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5일 이 논문이 던진 파장을 분석하며, 역사학계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미국 역사학회(AHA)의 연구출판국장 사라 위크셀은 “역사학자가 무엇을 하는지, 누가 역사학자인지를 근본적으로 오해한 결과”라고 직격했습니다. 그녀는 역사 연구가 단순히 사건과 인물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수많은 문헌과 자료의 진위를 검토하고, 다양한 관점을 교차해 분석하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역사적 서사를 구축하는 작업임을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을 연구한다고 할 때, 단순히 당시 생산량 통계를 모으는 것은 AI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그 통계의 출처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 사회적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당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체감했는지를 해석하는 것은 인간의 문화적 감수성과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입니다. 
 
역사학자들은 또한 AI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생성형 AI는 종종 사실과 허구를 섞어 제시하는데, 이는 사료 비판과 정확성을 중시하는 역사학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재현할 경우, 오히려 역사 왜곡을 부추길 수 있다”는 학자들의 우려를 전했습니다. 
 
AI의 역량과 역사학자의 역량은 보완적 관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는 AI가 잘 수행하는 영역으로 정보 검색, 문서 작성, 학습, 조언 기능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역사학자들은 방대한 사료를 정리하고 메모를 남기며 연구 초안을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일정 부분 작업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백 년치 외교 문서를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검색할 때, AI는 특정 키워드를 기반으로 빠른 필터링과 요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 보고서 초안을 구성해 주어, 연구자가 핵심 분석에 더 집중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대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문헌을 단순히 모으는 것과 그것을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AI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빠르게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왜 그것이 중요하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해석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과 직업 분석가들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현재까지 AI로 인해 대규모의 일자리 상실이 발생했다는 징후는 뚜렷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수의 직업에서 AI는 대체가 아니라 증강(Augmentation)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역사학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역사 연구와 AI 협업의 미래
 
AI가 앞으로 역사학에 변화를 가져올 것만은 분명합니다. 전문가들은 AI를 배제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협업 도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AI가 역사 연구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작지 않습니다. 
 
첫째, 방대한 사료의 1차 처리에서 AI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화된 신문, 행정 기록, 외교 문서, 구술 기록 등을 빠르게 검색하고 분류해, 연구자가 핵심 자료에 접근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 관계 분석과 시각화에 강점이 있는 AI는 역사적 사건 간의 연관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패턴 발견을 도울 수 있습니다. 가령 제국주의 확장과 국제 무역 네트워크의 변화를 시각화하여 기존에 보지 못했던 흐름을 조명할 수 있습니다. 
 
셋째, 교육 현장에서도 AI는 학생들이 방대한 자료를 탐색하고 요약하는 과정을 보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자와 역사학자는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지도해야 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비판적 문해력”을 기르도록 해야 합니다. 
 
AI는 학자가 아니라 학자의 도구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의 수치는 역사학자라는 직업이 일정 부분 AI와 겹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가 강조하듯,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단호히 거부하며, 역사 연구는 인간 고유의 영역임을 재확인합니다. 역사학은 단순한 정보 조합이 아니라 기록과 기억, 해석과 의미의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I가 역사학자를 대신할까?”라는 질문의 답은 명확합니다. AI는 역사학자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다만 AI는 역사 연구를 보다 빠르고 풍부하게 만드는 강력한 협업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인류의 과거를 해석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몫이며, AI는 그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관련 논문 링크: https://arxiv.org/pdf/2507.07935
 
역사학은 정보의 조합이 아니라 해석과 의미의 학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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