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드래곤 퀘스트'로 일본 롤 플레잉 게임(JRPG)을 창시한 거장 의 호리이 유지 등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들이 11월 부산에 모여 이야기의 힘을 논합니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11월 13~14일 이틀 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G-CON 2025'에 세계 최정상 콘텐츠 제작자가 대거 참여한다고 8일 밝혔습니다.
G-CON은 국제 게임쇼 지스타의 대표 행사인데요. 올해는 게임 산업 핵심 화두인 '내러티브(Narrative)'를 주제로 게임·영화·웹툰·애니메이션 등의 세계적 제작자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가 지닌 힘을 탐구합니다.
약 16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올해 G-CON은 대부분 대담과 패널 토크로 진행됩니다. 특히 연사들의 면면이 역대 최고 밀도와 깊이에 대한 기대감을 높입니다.
JRPG의 창시자 호리이 유지가 11월 G-CON을 찾는다. (사진=지스타조직위원회)
세계 최고 이야기꾼 모인 16개 세션
올해 가장 주목받는 연사 중 한 명은 JRPG의 창시자이자 거장으로 꼽히는 호리이 유지입니다. 그는 이 시리즈로 1980년대부터 수천만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RPG 장르를 세계적 문화 현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게임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호리이는 단순한 게임 개발 뒷얘기가 아닌, 스토리 텔링과 캐릭터 제작의 원점이 어떻게 형성됐고 지금까지 어떻게 진화했는지 들려줄 예정입니다.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창작자가 만나 게임 내러티브의 지평을 넓힙니다.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의 수석 작가 제니퍼 스베드버그-옌은 JRPG 특유의 감성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서사 경험을 선보였는데요. 이 작품은 2025년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불립니다.
대담자는 역대 최고의 내러티브로 평가 받는 '디스코 엘리시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버트 쿠르비츠입니다. 그는 철학적 사유와 정치적 현실, 문학적 깊이를 게임에 결합해 플레이어가 선택과 대화로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를 탐구할 수 있는 독창적 내러티브 형식을 제시했습니다.
이 세션의 특별 모더레이터로는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작가이자 유튜브 채널 '스토리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범 작가가 참여합니다.
아틀러스 '페르소나' 시리즈의 아트 디렉터 소에지마 시게노리. (사진=지스타조직위원회)
JRPG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아틀러스의 크리에이티브 듀오, 하시노 카츠라와 소에지마 시게노리도 무대에 오릅니다. 하시노 카츠라는 '페르소나' 시리즈로 청춘이란 주제를 독창적으로 풀어내며 세계적 팬덤을 구축했습니다. 소에지마 시게노리는 이 시리즈의 상징적인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컨퍼런스에서 최신작 '메타포: 리판타지오'에 담긴 창작 철학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두 사람은 대담을 통해 JRPG가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감정과 경험을 중심으로 한 내러티브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줄 전망입니다.
한국 창작자도 무대에 오릅니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장성호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장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서사가 어떻게 관객과 호흡하고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확장될 수 있는지 말 할 예정입니다. 대담에는 송경원 '씨네21' 편집장이 특별 모더레이터로 참여합니다.
또 다른 대담은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일본의 두 거장, 카미야 히데키와 요코 타로의 무대입니다.
카미야 히데키는 '베요네타', '데빌 메이 크라이', '오오카미' 등 스타일리시 액션으로 게임 플레이 자체를 예술적 퍼포먼스로 끌어올린 인물입니다. 요코 타로는 '니어: 오토마타'로 철학적 사유와 서사를 게임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게임이 줄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와 감각'을 탐구해온 대표적 인물인데요. 이번 만남은 액션과 서사, 시스템과 철학이 교차하는 상징적 순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세계 RPG의 흐름을 주도해온 주요 창작자들도 G-CON 2025에 합류합니다. 먼저 스토리텔링 세션 1에서는 '킹덤 컴: 딜리버런스 2'의 총괄 프로듀서 마틴 클리마, '발더스 게이트 3'의 시네마틱 디렉터 제이슨 라티노, '폴아웃: 뉴베가스'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로 유명한 서구권 RPG의 대표주자 조쉬 소이어가 함께합니다.
마틴 클리마는 철저한 역사 고증으로 게임을 살아있는 시대극처럼 구현했습니다. 제이슨 라티노는 플레이어 선택이 극적으로 분기되는 내러티브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 인물입니다. 조쉬 소이어는 복잡한 세계관과 정치·사회적 맥락을 정교하게 엮어내며 RPG가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선 사고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클레르 옵스퀴르' 작가인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제니퍼 스베드버그-옌. (사진=지스타조직위원회)
"남은 세션도 세계 최고 수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 세션 2에서는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내러티브 디렉터 밴 맥카우, '림보'와 '인사이드'를 통해 비언어적 내러티브의 혁신과 방식을 제안한 디노 패티, '펜티먼트'로 역사와 플레이어 선택을 정교하게 엮어낸 케이트 돌러하이드, '호그와트 레거시'의 내러티브를 이끈 리스 모블리의 대담이 이어집니다.
이들은 AAA 블록버스터부터 예술적 실험으로 주목받는 인디 작품까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플레이어와 감정을 교감하는 서사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는데요. 이번 세션은 거대한 세계관 구축과 실험적 게임 플레이, 역사와 철학을 담아낸 내러티브가 한데 어우러지는 장이 될 전망입니다.
전 세계 MMORPG의 새 기준을 세운 '파이널 판타지 XIV'의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 겸 디렉터와 오다 반리 선임 스토리 디자이너도 이번 G-CON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요시다 나오키는 대규모 재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FFXIV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MMORPG로 성장시킨 주역입니다.
오다 반리는 플레이어의 선택과 감정을 정교하게 반영한 서사를 설계해온 핵심 인물입니다. 두 사람은 플레이어와 함께 만들어가는 온라인 게임의 서사적 가치와 전통적 스토리텔링과의 차이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이번 세션은 커뮤니티와 세계관이 맞물려 진화하는 MMORPG 서사의 본질을 심도 있게 조명하는 무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공개된 세션은 전체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절반에 대한 정보는 이달 중 공개됩니다.
지스타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남아 있는 세션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연사 라인업과 흥미로운 주제로 청중을 맞이할 예정"이라며 "게임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문화 전반에 걸쳐 이야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힘과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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