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치닫는 G2…담판 전 마지막 '기싸움'
중, 트럼프 '국내 정치' 약점 '농업' 공략
미, 맞불 전략 구사하며 "관계 좋아질 것"
2025-10-15 18:30:00 2025-10-15 18:30:0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세계 경제의 판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맞불 전략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은 2주 앞으로 다가온 미·중 정상회담에서 '최종 담판'을 벌입니다.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는 양국은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기싸움'에 전력을 쏟고 있는데요. 다만 양국 모두 전면전을 대비하는 동시에 '출구 전략'까지 모색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중, '약한 고리' 타격전
 
15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개막한 관세 전쟁은 반도체·배터리 등 중국의 전략 산업 견제를 위한 조치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1월 취임 후 시작된 관세 전쟁은 대중 관세 145%라는 '무역 단절' 수준에 이르렀다가, 휴전 국면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양 정상이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예고한 뒤,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 상무부는 5종의 희토류 원소 수출 통제 방안을 발표했는데 기존 7종의 희토류 원소 수출 통제에 더한 겁니다. 또 자국산 희토류가 극미량이라도 포함되거나 자국 채굴·제련 등의 기술을 활용한 제품까지 규제 대상까지 올리면서 그 범위까지 확대했습니다. 
 
문제는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의 관세 전쟁을 경험한 중국의 대응이 미국의 '약한 고리'를 겨냥하며 '역린'을 건드리고 있다는 겁니다. 희토류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채굴의 약 70%, 정제·제련 시장의 90%, 희토류 영구자석의 93%를 생산할 정도로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친환경 및 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희토류라는 전략 자원을 중국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중국의 카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은 다음 달 8일부터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 통제 조치도 시행할 예정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필수 전력 공급원입니다. 또 인조 다이아몬드는 첨단 반도체 칩 제조와 광학기기 등에 사용됩니다. 미국은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의 6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 첨단산업의 '길목'을 막겠다는 의중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사례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까지도 파고들었습니다. 시 주석은 미국산 대두의 수입을 '일부 중단'에서 '전면 중단'으로 확대했습니다. 이는 미 농업계가 주요 기반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대두 농가들은 중국의 수입 중단 조치에 따라 가을철 판로를 잃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의 여파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미국의 무역법 제301조 조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했습니다. 이는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겨냥한 조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양 패권 경쟁 핵심까지 겨눈 겁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공세에 트럼프 대통령도 맞불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추가 관세 100% 부과를 예고했습니다. 여기에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카드로 대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출 통제 품목과 관련해 "우리는 항공기와 같은 '큰 것'(big thing)을 포함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들(중국)은 보잉 항공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들에겐 (미국산) 부품이 필요하다"면서 추가 통제의 길도 열어놨습니다. 
 
또 정치적 약점이 된 대두 문제에 대해서도 "보복 조치로, 식용유 및 다른 교역 품목과 관련된 중국과의 사업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결국 2주 앞으로 다가온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의 최대치의 협상력 발휘를 위한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지난 2017년 11월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립 속 '출구 전략' 모색
 
트럼프 대통령은 식용유에 대한 사업 관계 단절을 거론하면서도, 관세 100% 추가를 거론하면서도 "시 주석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거듭 언급하고 있습니다. 치킨게임 양상이 대화 단절로 이어지는 '파국'을 막아선 셈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보복 조치들에 대해 '재보복'과 '새로운 카드'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해당 조치들의 적용 시점을 11월 이후로 미뤄뒀습니다. 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최종 담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양국의 맞불 전략이 '위험 부담'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맥쿼리 그룹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 래리 후는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양측 모두 긴장을 완화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이 건드리고 있는 '역린'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를 위해 희토류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인데요. 우리 정부 역시 희토류 관련 공급망 점검 회의를 열었는데,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 나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경제·안보상 위태로운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을 통해서도 공급망 안정화가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통상 문제도 해결한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와 인터뷰에서 "최근 2주 사이에 미국이 우리가 보낸 수정 대안에 대해 상당히 의미 있는 반응을 보였고, 그래서 미국 쪽에서 새로운 대안이 왔다"며 "미국 쪽에서 의미 있는 코멘트를 했고, 우리 입장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고 협상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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