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알콜 맥주가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김하영 인턴 기자] 최근 논알콜·무알콜(이하 무알콜) 주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식당이나 술집 등 외식업계에서는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외식업계 납품 속도는 비교적 더딘 겁니다. 주세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식당이나 술집에서 무알콜 주류를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소비자 니즈와 맞지 않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술집 10곳 중 무알콜 주류 판매 단 '2곳'
28일 서울 종로와 홍대에 위치한 식당과 술집 10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 무알콜 주류를 판매하는 곳은 단 2곳뿐이었습니다. 당류를 낮춘 제로 슈거 소주와 맥주는 대부분 매장에서 판매 중이었지만 무알콜 주류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무알콜 주류가 고객 니즈와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홍대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33세)는 무알콜 주류 수요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A씨는 “ ‘카스라이트’나 ‘새로’ 등 저당 주류 수요는 많지만 무알콜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종로3가에서 야외 술집을 운영하는 B씨(52세) 역시 “운전해야 하는 사람들 외에는 거의 찾지 않는다”며 “식당이나 술집은 애당초 술을 먹기 위해 오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립니다. 영등포에 위치한 한 고깃집에서는 일반 맥주(테라·하이트·켈리·크러시)를 6000원에 판매하는 반면, 무알콜 맥주는 5000원에 판매 중입니다. 종로에 위치한 포차의 경우 일반 맥주는 60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무알콜 맥주 ‘하이네켄0.0’은 8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비싼 무알콜 주류를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납품가는 오히려 비쌉니다. 영등포 고깃집에서 근무하는 직원 C씨(25세)는 “무알콜 맥주보다 탄산음료 납품가가 더 저렴하다”며 “브랜드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무알콜 맥주는 모두 1000원 넘는 가격에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펩시제로는 700원, 코카콜라는 800원에 납품받는 것에 비하면 다소 비싸다는 설명입니다.
소비기한에서도 차별점이 없습니다. 알콜과 무알콜 주류 소비기한 모두 12개월이지만, 외식업계에선 무알콜 주류 회전율이 적은데 굳이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한 술집 메뉴판.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판매하고 있지만 무알콜 주류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김하영 인턴기자)
진입장벽이 허물어졌어도 '주춤'…업계 "확장성 충분"
과거 무알콜 주류는 식당과 술집에서 판매할 수 없었습니다. 주세법상 기존 주류 유통 도매사업자는 알코올이 1도 이상인 주류만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통과로 납품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처럼 제도적 문턱은 낮아졌지만 식당에서 무알콜 주류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주류 업계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출고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일반음식점이나 술집은 아직 수요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류 소비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알콜 수요도 확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실제 식당과 달리, 편의점 무알콜 맥주 매출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편의점 GS25의 올해 6~8월 무알콜 맥주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0.8%입니다. CU도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 11.7%를 기록했습니다. 세븐일레븐도 해당 기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습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의 지난 7월 무알콜 맥주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3.6% 상승했습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을지로와 강남 상권 중심으로 수요가 많다”며 “납품 매장 역시 올해 5만개까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 역시 “도매업자나 식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 중”이라며 “하이트제로 라인업도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수정 기자·김하영 인턴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