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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3일 18:0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메리츠증권이 오랜만에 기업공개(IPO) 주관시장에 등장했다. 부동산금융에 집중하면서 손을 뗐던 기업금융(IB)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발행어음 인가 초대형IB 지정과 종합투자계좌(IMA) 선정이 진행되면서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역량 확대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이에 대응키 위해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는 등 IB조직 재건에 나서고 있다.
ECM도 재가동, 5년 만에 IPO 주관 도전
3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메리츠제1호스팩이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했다. 메리츠제1호스팩은 지난 7월30일 예심을 신청했다가 10월2일 자진 철회된 바 있다. 이후 대주주 변경을 거쳐 지난 10일 재신청했다.
메리츠제1호스팩은 메리츠증권에 있어 의미가 있다. 5년 만에 이뤄지는 기업공개(IPO) 주관이자, 창사 이래 첫 스팩주 상장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2020년 KB증권과 제이알글로벌리츠 상장을 주관한 바 있다. 이후 사업 비중이 부동산금융으로 이동하면서 5년간 IPO 주관 시장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들어 ECM과 DCM을 비롯한 전통IB 강화를 전면에 다시 내세웠다. IB통'인 정영채 NH투자증권 전 대표를 IB 담당 상임고문으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IB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고 ECM, DCM, 신디케이션 등 IB조직도 재건 중이다. 이경수 브레인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 전 대표도 한배를 탔다. ECM 담당 상무로 현재 메리츠제1호스팩을 이끌고 있다. 이 상무는
삼성증권(016360)을 거쳐 KB증권 ECM 3부서장을 역임한 IPO 전문가다. 대표적으로 KB증권 시절 카카오뱅크 IPO 주관에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메리츠증권 전통IB 강화의 키, 왜 ECM인가
메리츠증권이 전통IB 진출을 선언했을 때만해도 시장은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부동산금융이나 프로젝트성 고위험 고수익 IB딜을 전문적으로 맡아온 메리츠증권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7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대상으로 신규 발행어음 인가 초대형IB 지정과 종합투자계좌(IMA) 선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진=메리츠증권)
올 상반기 기준 메리츠증권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7조4823억원이다. 발행어음 인가 초대형IB를 노릴 수 있는 수준이다. 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인가 이후 최대 15조원 규모까지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모험자본을 소화할 주관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2028년까지 발행어음 조달 금액의 25%까지 모험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메리츠증권이 전통IB에 힘을 쏟는 이유다. 현재 당국이 규정하는 모험자본의 종류로는 벤처캐피탈·신기술사업금융사·하이일드펀드 등이 있는데, 해당 분야 투자를 위해서는 ECM과 DCM 관련 역량이 필수기 때문이다.
특히 IPO는 IMA 진출 후보 증권사들에는 모험자본 투자 핵심으로 떠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IPO본부 내 별도 투자팀을 구축하고 IPO와 관련 자기자본(PI)을 독자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미래에셋증권(037620)도 기존 IPO1~3팀 외 프리IPO를 전문으로 하는 솔루션팀을 추가 운영 중이다.
인내 필요한 IPO, 메리츠는 가능할까
고위험 딜을 주로 맡는 메리츠증권이지만 IPO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IPO는 부동산금융과 달리 기업 발굴부터 지분투자, 상장 등 프로젝트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투자 과정에서 손실 위험도 감내해야 하고 상장 일정도 확신할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의 대표적 프리IPO 사례인
디앤디파마텍(347850)도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4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상장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주당 공모가액이 기대치보다 낮게 책정돼 적자 주관이라는 부담을 지고 있었지만 상장 후 수개월이 지나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메리츠증권 측은 이번 사업 변경은 발행어음 진출과 맞물린 장기적 구조 전환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올해 DCM에서 주요 금융채 주관에 성공했고, IPO와 함께 ECM 시장에서도 모험자본 투자를 선두로 전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발해어음 신청과 맞물려 기업금융 강화 전략으로 전통IB 강화에 나섰고 2년 내 모험자본 비율 25% 달성이란 목표도 세웠다”라며 “향후 모험자본 공급과 함께 균형 잡힌 사업구조 확립을 위해 전통 기업금융 강화 전략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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