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분노' 민낯 드러낸 대장동 '검란'
윤석열 '구속 취소' 즉시항고 포기 땐 집단 반발 없어
김건희 조가조작 의혹 '황제 조사·'불기소' 때도 조용
2025-11-10 17:05:59 2025-11-10 17:27:28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검찰 지휘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1심에서 중형을 받은 김만배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등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자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수사·공판을 맡은 검사들이 검찰 지휘부의 결정이 '부당한 지시'라고 주장하면서 '윗선 개입론'까지 꺼낸 겁니다. 급기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말 사이 사의를 표명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10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혹을 부인했지만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 검사장 등도 항소 포기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대장동 사건이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됐기 때문에 항소 포기가 논란을 빚기도 하지만, 검사들의 태도에 관해선 '선택적 분노'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윤석열정부 당시 윤석열씨와 김건희씨, 김씨의 가족들과 관련된 범죄, 12·3 내란 이후 윤씨의 구속취소에 대한 검찰 지휘부의 '즉시항고 포기'와 검찰 분위기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겁니다. 
 
'구속취소' 결정이 난 윤석열씨가 3월8일 오후 수감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와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복귀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은 대장동 개발 비리에 연루된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배임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일당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도 4~5년 징역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런데 검찰 지휘부는 이들에 대해서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이 사건 수사·공판 검사들에게 항소를 지시하지 않았고, 항소 시한(7일 밤 12시) 직전에 '항소 금지'를 통보한 겁니다. 수사·공판팀은 이에 대해 8일 새벽 입장문을 내고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떠한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 없이 그저 기다려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함으로써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검찰 조직은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라는 원칙을 신조로 삼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검찰 지휘부의 결정에 일선 수사·공판팀이 공개적으로 "부당하다"고 비판 입장문을 낸 건 이례적입니다. 하지만 검사들이 선택적으로 분노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검란'(檢亂)이라고까지 비판하는 것도 이 대목입니다. 
 
가장 대표적 사례는 '윤석열씨의 구속취소'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입니다. 12·3 계엄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던 윤씨는 지난 3월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 의해 구속취소 결정이 났습니다. 검찰은 시간이 아닌 날(日)을 기준으로 계산해 윤씨를 구속했는데, 법원은 구속 기간 산정이 날을 기준으로 한 건 잘못됐다며 윤씨를 풀어주라고 한 겁니다. 날 기준은 1954년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진 이후 70년 넘게 유지된 형사 실무상 원칙·관행이었지만, 지 부장판사는 윤씨에게 사실상 특혜를 준 겁니다. 
 
문제는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결정에 불복, 즉시항고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이 권한을 포기한 겁니다. 당시 윤씨에 대한 수사팀은 대검 지휘부의 판단에 반발했지만, 즉시항고 포기 결정엔 최종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일부 검사들이 대검의 결정을 꼬집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리기도 했으나 이번처럼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윤씨의 부인 김씨에 관한 황제 조사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2024년 7월20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를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조사를 했습니다. 심지어 수사팀은 김씨를 만나기 위해 휴대폰까지 반납해야 했습니다. 당시 황제 조사는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도 보고가 안 된 '패싱' 수사였습니다. 
 
결국 이듬해인 2025년 8월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이 사건에 관해 김씨를 무혐의로 판단하고 불기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황제 조사에 이어 혐의에 면죄를 준 겁니다. 사실상 김씨의 주장만을 대부분 받아들였지만, 검찰 내부에서 이 결정에 집단 반발하는 분위기는 없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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