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공모에 전·현직
KT(030200) 임원은 물론 외부 전문가까지 대거 지원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해킹 사고로 흔들린 KT의 신뢰를 회복하고, 낙하산 인사로 얼룩진 지배구조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위기 인식에 공감한 인물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차기 대표이사는 회사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대전환기 속에서 KT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됩니다.
KT 이사회는 16일 오후 6시 차기 대표이사 공모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전문기관 추천, 공개모집, 주주 추천(전체 지분 0.5% 이상·6개월 이상 보유), 사내 후보 추천 등을 통해 후보군을 구성하고, 연내 최종 1인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현직 임원·KT OB 김태호·남규택·박대수·박윤영·홍원표 등 출사표
이번 공모에는 KT 내부 인사와 올드보이(OB), 외부 전문가가 고루 참여했습니다.
현직 임원 중에서는 커스터머부문장인 이현석 부사장이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이 부사장은 2009년 아이폰 국내 첫 출시를 진두지휘하며 KT 스마트폰 시대를 연 핵심 인물로 평가됩니다. 다만 최근 불거진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따른 책임론은 부담 요소입니다.
내부 쇄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KT OB 출신들도 출마했습니다. 김태호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전 KT IT기획실장), 남규택 전 KT 부사장(현 지누스에어 부회장), 박대수 전 KT텔레캅 대표, 박윤영 전 KT 사장, KT 전무 역임 후
삼성전자(005930),
삼성에스디에스(018260), SK쉴더스 대표 등을 거친 홍원표 전 대표 등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태호 전 사장은 2019년에도 차기 CEO 후보군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최근 펴낸 '연결과 이동의 AI 혁신'에서 "안전은 연결에서 비롯되는 신뢰”라며 AI·네트워크 기술이 안전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통찰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남규택 전 부사장은 경영기획·마케팅·영업·그룹사 경영을 두루 경험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입니다. '쇼', '올레', '기가인터넷' 등 KT의 대표 히트 상품을 다수 기획한 실무형 리더로 꼽힙니다. 박근혜정부 당시 최순실씨의 KT 광고 개입에 맞서다 좌천된 인물이라는 점도 회자됩니다.
박대수 전 대표는 30년 넘게 KT에 몸담으며 네트워크·연구소·CR·B2B·그룹사까지 현장을 두루 거친 인물입니다. 특히 주파수 인가·대관 협상 등 굵직한 통신 규제 이슈의 실무를 경험한 드문 리더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번 김영섭 대표 선임 당시 최종 후보까지 올랐던 박윤영 전 사장은 올해도 가장 많은 OB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로 꼽힙니다.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 숏리스트에 올랐고, 내부 전문가 중심의 '통신주권' 기조를 강조해 왔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김주형철·차상균·김재홍 등 외부 후보도 참여
외부 인재 가운데서는 주형철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차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재홍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도 공모에 참여했습니다.
주형철 전 보좌관은 정부의 혁신성장·벤처 정책을 총괄했던 경제·산업 정책 전문가로, 벤처투자·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경험을 갖춘 인물입니다. 차상균 교수는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를 거쳐 실리콘밸리에서 인메모리 DB 벤처를 창업한 기술 전문가이자, 국내 AI·데이터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힙니다.
"이번에는 KT를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부 기류 강해
차기 CEO를 두고 다시 외부 출신과 내부 출신의 눈치싸움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KT 안팎에서는 "이번만큼은 KT를 잘 아는 인물이 회사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외부 출신인 김영섭 현 대표 체제가 해킹 사태·낙하산 논란·조직 신뢰 추락 등 위기를 겪으며 내부 전문성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구현모 전 KT 대표 역시 이러한 기류를 반영해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구 전 대표는 지난 14일 'KT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입장문'에서 "외부 출신 대표이사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KT 역사와 문화, 기간통신사업자의 역할을 모르는 분들은 참여를 자제해달라"고 직설적으로 밝혔습니다. 이어 "AI 전문가라고 해서 KT CEO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KT는 AI 기업 이전에 국가 기간통신망을 책임지는 회사"라며 언론을 향해서도 "통신 경험도 없이 이제 KT를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후보군으로 언급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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